주5일 근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당사자들 사이에 방법과 시기의 논란은 있지만 누구도 주5일 근무의 대세를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면 기자들에게도 주5일 근무는 가능한가?
언론사 내부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인 중 막강한 권력을 누리는 선망직종으로 여겨지는 언론종사자들이 주5일 근무의 혜택에서 제외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언론사의 경우 직종마다 근무여건이 다르다. 더구나 뉴스는 휴일을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남들 다 놀 때도 일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부담이 늘어나기만 한다. 따라서 인력 충원과 제작 설비 등 제반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실질적인 주5일제 시행이 어렵다는 것이 언론계의 중론이다.
결국 보도를 업으로 하고 있는 기자의 경우 ‘주5일 근무’라는 ‘낙원의 꿈’은 머나먼 남의 얘기일 뿐이다. 현재의 시스템하에서 ‘주5일제’는, 기자들에게 늘어나는 일과 비례해 ‘상대적 박탈감’만 키우는 ‘당신들의 휴가’에 불과한 것이다.
기자들은 수습 때는 말할 것도 없지만 수습을 끝내고 각 부서에 배치된 뒤에도 데스크로부터 개인적인 약속을 하지 말라는 엄포섞인 주문을 받는다. 모든 약속이나 생활을 취재와 관련해 움직이라는 ‘사생활 포기각서’와 다름없는 주문인 것이다. 실상 기자는 24시간 근무 직종이다.
그러니 최근 들어 결혼상대자로 기자가 기피직종 상위에 랭크된다는 젊은 기자들의 푸념이 이해가 간다. 기자 아내나 기자 엄마는 물론이고 기자 남편이나 기자 아빠를 두고 싶은 사람도 별로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누구나 다 알듯이 주5일 근무는 단순히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 이상의 사회적 함의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5일 근무는 남성에게는 가족과 함께 재생산 책임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하는 반면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남성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남성가장 이데올로기와 성별분업 이데올로기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5일 근무는 생활인으로서의 기자, 가족으로서의 기자의 위상을 더욱 위축시킬 것만 같다.
주5일 근무시대의 도래는 사회전반의 제도와 의식의 대대적인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주5일 근무로 대표되는 근로시간 단축이 가족친화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가사 및 양육노동에 대한 남성의 역할을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기자도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