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일자 기자협회보의 사설격인 ‘우리의 주장’(이하 ‘주장’)을 읽었다. 그리고 바로 지난주까지도 신문사에서 매체비평을 맡았던 현직 기자로서 황당함을 넘어 아득한 거리감을 느꼈다.
현재 언론비평에 대한 생각과 주장을 펼친 이 글은 상당 부분 뒤틀린 현실 인식, 교묘한 사실 왜곡, 부적절한 논리 전개로 채워지고 있다. ‘주장’은 “방송사들의 종이신문(이른바 조중동 3개 신문) 비판은 집요하고 끈질기다”고 말문을 연다. MBC 미디어비평과 KBS 미디어포커스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주장’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건전한 상호비판은 필수적”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여기서 ‘권력’이란 단지 정치권력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언론 권력’도 감시와 비판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른바 조중동’이 언론비평에서 가장 많이 언급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보수 색채의 족벌신문 3개가 신문시장을 독과점하는 기형적 여론형성 구조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이들 신문이 언론계 안팎에서 가장 많은 ‘편파·왜곡보도’ 시비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위 ‘주장’이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뒤에 나온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언론계 상호비방전은 언론계 안팎에서 커다란 부작용을 낳고 있”으며,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들이라면 대체로 고개를 돌릴 것”이라는 내용이다.
‘주장’은 이어 “한국 언론은 이미 비판의 금도를 넘어 원색적인 비난과 일방적인 비방, 그리고 폄하의 과잉으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한다. “치졸한 자사 이기주의, 권력유착을 통한 영향력 확대 등 불순한 의도가 틈입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건전한 비판’과 ‘상호비방’을 가르는 기준과 근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언론비평을 싸잡아 폄하할 뿐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건전한 국민 상식’으로 슬며시 치환하는 교묘함마저 내비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명제를 사실인 듯 전제한 뒤 가정법에 기초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일반화하는 곡필형 논리구조다.
과연 지금의 언론비평이 ‘제 얼굴에 침 뱉기 식의 낯 뜨거운 싸움’인가? 진정 낯 뜨거운 것은 비판을 두려워하기는커녕 비방으로 폄하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기득권과 편견의 성채에 갇힌 언론권력의 오만함이아닌가?
기자협회보 편집진에게 묻고 싶다. 기자협회보의 9월 3일자 ‘우리의 주장’이 현재 언론상황에 대한 기자협회 또는 기자협회보의 공식 입장인가? 이 글이 과연 전체 기자사회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후 언론비평에 대한 토론공간이 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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