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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 방송위와 DTV

조규장 기자  2003.09.08 22: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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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방송회관을 찾았다. DTV 전환일정 중단을 요구하며 방송사 노조와 방송기술인들이 철야농성에 돌입한지 16일째. 연일 징검다리처럼 내린 비로 실내는 무척 더웠지만 농성장에는 활기찬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KBS와 MBC가 방송위원회에 DTV 전환일정 관련 공문을 발송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 이날 공문을 통해 MBC는 디지털 전환일정 자체를 중단하고 전송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를, KBS는 자사의 비교검토가 끝날 때까지 방송위가 전환일정을 재조정하고 비교테스트에 참여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전환일정 자체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MBC에 비해 KBS의 태도가 다소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아쉬움도 흘러나오고 있다. KBS는 “일정 중단 요구는 KBS권한 밖의 일”이라며 “비교테스트를 하는 동안만 KBS와 관련된 부분의 일정 조정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 그렇지만 “KBS가 이전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어 전송방식 투쟁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게 언론계의 평가다.

철야농성에 나선 방송인들이 요구하는 것은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서 일단 처음부터 DTV문제를 제대로 점검해보자는 것이다. 혹자는 DTV 문제로 초래될 수 있는 향후 피해를 새만금 사업에 비유 했는데, 기자가 보기에 예상되는 피해뿐만 아니라 진행과정 역시 새만금과 대단히 유사하다. 전환일정을 강행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만큼 ‘일단 중단부터 하고’ 다시 검토해보자는 것이지만 정통부는 공론의 장마저 거부하고 있다.

전송방식은 정통부 권한이고, 방송일정은 방송위 권한이다. 그러나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이뤄지는 정책결정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제 공은 방송위로 넘어왔다. 방송위는 그동안 DTV 문제에 대해 무책임하고 미온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방송사들의 공문을 접수한 방송위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지 언론계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