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학부 교수가 한국 언론의 기사쓰기와 일상적 취재·편집 관행을 분석한 <한국저널리즘관행연구>를 펴냈다. 익숙해진 취재 습관과 방식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고, 일상과 관행을 바꾸는 ‘조용한 혁명’을 시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교수는 우선 한국의 신문들이 미국 신문에 비해 취재원의 다양성에서 뒤져있다고 지적한다. 2001년 5월말 한국과 미국의 일주일치 신문 1면을 분석한 결과 한국 신문은 평균 1.75개의 취재원을 사용하는 반면 미국 ‘뉴욕타임스’는 평균 11.3개, ‘디트로이트 프리프레스’는 8.1개를 사용했다는 것. 결국 한국기자들은 사안을 복합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균형있게 취재하려는 인식도 일상화되지 못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한국기자상과 퓰리처상을 받은 10개 기사들의 평균 단어수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622개와 2392개로 나타나 미국의 기사가 대략 4배 정도 분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왜 한국기자들은 짧은 기사를 쓰도록 인식이 고정돼 있는지, 어느 정도 취재한 뒤에 기사 작성을 시작할 수 있는지, 얼마나 자주 기사를 신문에 게재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파생시키는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이밖에도 한국 언론보도의 선정성, 오보를 양산하는 철저하지 못한 취재 관행, 기사와 광고의 관계, TV 뉴스의 편집 관행 등을 분석하면서 해방 이후 50여년간 굳어진 한국적 기사쓰기 관행의 특성과 한계를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
이 교수는 “‘저널리즘 관행’이란 말속에 한국언론의 핵심 문제가 모두 담겨있다”며 “아무리 법을 바꾸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도 기사와 뉴스에 대한 기자와 편집자들의 일상적 관념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 저널리즘의 본질은 그대로 있을 것이다. 독자를 현혹하기 위한 홍보성 지면개혁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혁명적인 취재·기사쓰기 개혁이 시작돼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