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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특정인 '비국민' 표현 논란

"비국민은 매국노 의미의 일본 표현" 반발

전관석 기자  2003.09.08 22: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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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강천석 논설주간이 특정인을 지칭, ‘비국민’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게재된 강 주간의 칼럼 ‘눈물 젖은 역사를 가르치라’(사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독 루르탄광지대를 방문,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우리 광부·간호사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연설했던 사건으로 시작한다. 당시 사건을 ‘눈물 젖은 역사’로 표현한 강 주간은 “나라를 쥐고 흔드는 단병호 민노총 위원장이 그때 열네살,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이라는 배우 문성근과 명계남이 각각 열살, 열한살 무렵이다. 그러니 386들이야 이 ‘눈물젖은 역사’를 알 턱이 없다”면서 세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공세를 취했다.

강 주간은 둘째 단락 “현대사 비트는 ‘비국민’들”에서 다시 이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단병호 문성근 명계남 씨는 이 ‘숨가쁜 역사’와 ‘눈물젖은 빵’을 모를 것”이라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비국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걸 알면서도 나라를 벼랑으로 떠밀고 공영방송을 통한 현대사 비틀기를 계속한다면 옛시절 용어로 ‘비국민(非國民)’이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면을 통해서는 위의 세 사람만이 언급됐지만 조선일보 인터넷판에는 한국노총 이남순 위원장까지 포함돼 있다.

칼럼내용 중 “옛시절 용어로 ‘비국민’”이라는 부분에 대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비국민’이라는 표현이 일제시기 일본이 징용, 창씨개명 등 식민정책에 반대하거나 협조하지 않은 인사들을 매도하면서 ‘불령선인’이란 표현과 같은 의미로 사용됐던 단어이기 때문이다. 일본에 의해 비국민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사찰은 물론 노무징용의 우선 대상이 되거나 식량배급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제재가 가해졌다.

강 주간의 칼럼이 게재되자 프레시안의 박태견 편집국장이 칼럼에 대한 비평기사를 자사 사이트에 게재하며 반박했다.

박 국장은 “문제의 ‘비국민’이란 표현은 강 주간 주장대로 우리나라의 ‘옛시절 용어’가 아니라 일본 극우들이 일본의 양심세력 등을 비난할 때 즐겨쓰는 ‘매국노’라는 의미의 일본 표현”이라면서 “아무리 자신과 반대 진영에 있는 인물이라 할지라도 한 언론사의 논설주간이 상대방을 매국노라고 매도하는 행위는 정도를 벗어난 품격 없는 행위라는 게 일반적 세평”이라고 주장했다.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