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언론노조와 방송사노조, 방송기술인연합회가 DTV 전환일정 중단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거행하고 철야농성에 들어간지 16일째 접어들었다.
3년 전부터 DTV 전송방식 변경을 요구해온 방송사 노조와 방송기술인들이 “디지털 전환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방송위를 상대로 디지털 전환 일정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 정통부가 지난 97년 채택한 미국방식은 이동수신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수신율도 떨어지는데다가 미국에서도 방식의 결함으로 인해 변경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의 디지털 전환 계획에 따르면 2003년에 광역시까지 확대하고 2004년까지 도청 소재지, 2005년에는 시·군지역까지 전환을 마치도록 돼 있다.
지난 5일 철야농성장에서 만난 MBC노조와 방송기술인들은 “올해의 가장 큰 성과는 전송방식 비교테스트를 결정한 KBS의 태도 변화”라고 말했다. 정통부와 방송위의 무책임한 태도로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했던 방식변경 투쟁이 최근 KBS가 DTV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하고 자체 비교테스트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밤늦게 농성장에는 MBC와 KBS가 디지털 전환일정 연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방송위에 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EBS도 곧 방송위에 공문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방송사들의 일정 중단 요청 공문이 방송위의 입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이효성 방송위 부위원장은 지난 4일 철야농성단과의 면담에서 “방송사의 일정 중단 요구안이 접수되면 신속하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최승호 MBC 노조위원장은 “방송위가 그동안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기회주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며 “DTV 문제가 시청자 권익을 크게 좌우하는 사안인데도 책임을 회피한다면 방송관련 최고 정책결정기관이라는 위상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방식 변경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정통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계와 시민단체들이 DTV 전송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할 때마다 정통부는 온갖 거짓말을 일삼으며 본질을 호도해왔다는 것. 최 위원장은 “정통부는 미국방식이 이동수신이 안 되면 DMB를 따로 만들자고 말하는데 아마도 통신재벌이방송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되면 방송 이동수신료가 상당한 정도에 이를 것이고, 결국 시청자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