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매거진 2580’이 잇따라 결방되면서 제작진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발단은 지난 14일 추석 편성으로 한주 쉬었던 ‘시사매거진 2580’이 또다시 2주만에 ‘나훈아 서울공연’으로 결방이 결정되면서 시작됐다. 공교롭게 ‘2580’과 시간대가 맞물렸고, 이 과정에서 편성과 제작부문이 사전에 원활하게 조율하지 못해 갈등이 빚어진 것이라면 사안은 단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MBC 안팎의 시선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2580’의 잦은 결방을 MBC 경영진의 보수화와 MBC의 정체성 훼손으로까지 연결짓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방송의 공영성과 비판 기능을 담당하는 ‘뉴스’가 왜 자꾸 홀대를 받고 있냐는 질타와 우려인 셈이다. ‘2580’ 제작진도 지난 19일 낸 성명에서 이긍희 사장의 경영 철학과 방송 공익성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2580’이 2주만에 또다시 희생양으로 선택된 것을 우연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편성이란 방송에 대한 원칙과 철학을 담고 있는 것인데 MBC는 대표적인 시사고발프로그램을 고사시키고 공영성을 포기하려는 것인가?”
‘나훈아 서울공연’ 방송을 “‘누가’ 어떤 ‘권한’으로 약속했느냐”는 점도 논란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MBC 내부에서는 “편성 권한이 사장과 임원에게 있는가?” “편성책임자도 모르는 약속을 임원들이 하고 이것을 지켜야한다고 주장하는게 말이 되는가?”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명절연휴 등 특집편성 때마다 보도·시사프로그램이 홀대를 받아온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외주제작 비율을 준수해야 하는 방송 편성의 어려움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최근 뉴스 품질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는 MBC가 보도·시사프로그램을 자주 결방시키면서 “공영성 훼손”이라는 비판을 산다면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