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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지 위상 흔들린다

박경철 기자  2003.09.24 14: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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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지·인터넷신문 약진에 속수무책

“과거 잘못된 관행 답습도 원인” 지적





해당 지역에서만큼은 당당한 언론으로 인정받던 지방지가 이제는 지역에서조차 그 위상을 위협받고 있다. 이같은 지방지의 위기는 기초자치단체 관할구역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지의 급증과 인터넷 매체의 역할 증대, 가칭 지역언론지원법 제정이 관련 단체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지방지 스스로 이같은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여전히 답습하고 있는 것도 지방지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김재근 대전·충남 기자협회장은 “탁상공론식의 지역언론 발전만을 외치다가는 전국의 모든 지방언론은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역지 활성화



옥천, 해남 등 기초자치단체별로 세분화돼 그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지역지는 전국적으로 확인된 회사만 400여개사에 이르고 있다. 과거에는 생활정보와 단순 지역소식 전달에 존재 이유를 뒀으나 이제는 기존 지방지나 지방방송 등에 대한 감시와 비판 그리고 지역 여론 형성의 역할까지 대신하겠다고 자임하는 상황이다.

전국지역신문협회 김용숙 회장은 “주간신문 ‘충청리뷰’의 ‘청와대 양길승 사건’ 보도는 지역지의 활약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며 “이제 지역지의 역할은 생활정보 범위를 넘어 해당 지역의 대안언론으로 자리잡아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 인터넷뉴스 약진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뉴스는 기존 지역언론 체계의 틈새시장을 비집고 이미 상당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지역 인터넷뉴스는 해당 지역의 시민단체 활동과 연계해 기존 언론매체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강화하고 있으며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시민기자육성 등을 통해 주민이 참여하는 ‘참 지역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조대기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은 “신문과 방송을 매체로 하고 있는 기존언론은 인터넷을 함께 공유하지 않고서는 언론매체의 역할을 다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아직 기존언론에 비해 영향력이 크지 않겠지만 향후 인터넷뉴스의 발전과 방향은 무궁무진하다”고 주장했다.



법 제정 놓고 힘겨루기 양상



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등 8개 단체가 참여해 구성한 지역언론개혁연대는 ‘지역신문발전지원법’ 통합시안을 만들어 지난 7월 15일 민주당 김성호 의원에게전달하고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춘추사’(1도1사 시절의 회원사)의 모임인 지방신문협회가 입법청원한 ‘지방신문지원특별법’도 지난 19일 고흥길 의원과 이원형 의원에 의해 입법 발의됐다.

특히 ‘춘추사’ 법안은 지원대상을 지역일간지 중 ABC(발행부수공사)에 가입된 신문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지방신문발전지원대상을 선별하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당연직 위원으로 지방신문사협의회 회장을 포함시켜 지역의 몇몇 유력 일간지들이 정부의 지원을 독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방지 스스로 위기 자초



이처럼 지방지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데도 지역 시민사회로부터 지적돼 온 지방지의 잘못된 관행은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계도지와 주재기자 제도. 특히 주재기자들은 취재와 기사작성 보다는 신문 판매와 광고 수주에 매달릴 수밖에 없으며 이들이 본사 경영의 상당 부분을 메워주고 있어 시급히 개선돼야 할 과제로 부각됐다.

한 지방지 기자는 “지역지의 활성화나 지역 인터넷매체의 약진 등에 따른 지방지의 위기상황은 일정부분 지방지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며 “지방지들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스스로 깨지 못하고 현 상황에 안주한다면 시민단체는 물론 지역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외면받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경철 기자 p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