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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언어 이질화 심각

전관석 기자  2003.09.24 14: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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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참봉이 된 바지를 억이 막혀 내려다 보았다’(북)

‘물에 흠뻑 젖은 바지를 기가막힌다는 표정으로 내려다 보았다’(남)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가 번역을 요구할 정도의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열기자협회가 이미경 국회의원실과 공동으로 북한의 교과서 7과목 9권을 분석한 결과 남북간 언어는 기존에 알려진 사이시옷, 두음법칙, 어미형태, 문장부호 등 맞춤법의 차이 이외에도 기본적인 의사전달이 힘들 정도였다. 이 같은 현상은 북한의 교과서중 국어 공산주의도덕 조선력사를 중심으로 조사한 어법상의 차이와 음악 화학 수학 지리 등 전문용어와 외래어 표기의 차이를 조사 결과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표준어에서도 큰 차이를 보여 눅다:값이 싸다, 번지다:거르다, 숙보다:깔보다, 의아쩍다:의심쩍다, 우정:일부러 등 많은 표현이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조사 결과 북한 교과서에는 체제의 특수성이 반영돼 있어 남북간 어문교류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으며 외래어를 어원에 따라 쓰는 경향이 강해 이로 인한 이질화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에베레스트산을 주무랑마봉으로 적는 것이 단편적인 사례다. 또한 남한에서는 구어체라 해서 비표준으로 삼고 있는 말들 중 많은 표현이 북에서는 문화어로 사용되고 있었다.

한편 북한 교과서에는 남한에 없는 말이나 잘 안 쓰는 표현들 중 많은 고유어들이 쓰이고 있다. 분석팀은 이에 대해 “이들 중 대부분은 묻혀있는 우리말들”이라면서 “외래어에 밀려 나날이 위축돼 가는 남한의 우리말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의 실무작업을 담당한 홍성호 교열기자협회 남북어문교류위원장은 “남북한간 구체적인 어문교류협의회가 즉각 구성 가동돼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통해 쌍방이 갖고 있는 언어의 장단점을 분석해 공유의 폭을 넓혀 가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