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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신문 '찬밥 신세'

박주선 기자  2003.09.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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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확산으로 기업체선 무용지물

대세 불구 신문 주5회 발행 아직은…





“토요일자 신문 인기 없어요.”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기업체로 배달되는 토요일자 신문이 찬밥 대접을 받고 있다. 주5일제 시행 업체의 경우 토요일자는 월요일 아침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신세가 되기 일쑤다.

SK C&C에 근무하는 이병윤씨는 “팀에서 종합지 경제지 등 신문 4부를 보는데 토요일에는 출근을 안하다보니 아무도 보지 않고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격주휴무제를 시행하다가 지난달부터 연차를 활용해서 사실상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기업은행에 다니는 정모씨는 “월요일엔 업무량이 많아 회사에서 지난 토요일자를 보는 것은 불필요할뿐더러 어렵다”며 “내년부터 주5일제가 본격화하면 회사원에게 토요일자는 더 읽히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체, 일부 시민단체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프랑스계 향료업체 M사 전화련씨는 “주말뉴스는 방송이나 온라인으로 보기 때문에 회사에서 토요일자 신문을 볼 이유가 없다”며 “회사 규모가 작아 구독부수가 많지는 않지만 고스란히 버려지는 신문은 자원 낭비”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13개 일간지를 보는데 월요일에 오면 토요일자가 쌓여있지만 대개 보지 않는다”며 “평일에는 총무팀에서 신문철을 하지만 토요일자는 보관도 잘 안된다”고 말했다.

다만 홍보실의 경우 토요일자를 아예 외면하기는 어려운 입장. 올 1월부터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KT&G 홍보실 한 관계자는 “홍보실에선 지난 신문이지만 챙기지 않을 수는 없어 월요일자와 같이 훑어보는 정도”라고 말했다.

노동부가 올 1월 현재 상시근로자 100명 이상 사업장 536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2.6%(1749곳)가 월 1회 이상 토요휴무제를 실시하며, 7.6%(406곳)는 매주 토요일 쉬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29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업장에서의 토요일자 신문의 인기는 한풀 더 꺾일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보험 업종 및 1000명 이상 고용 사업장은 내년 7월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은 2005년 7월부터 주5일제를 시작하며, 2011년까지 근로자 20명 미만의 영세기업에도 주5일제가 실시된다.

하지만 신문사에선 발행횟수를 주5회로 줄이는 데 대해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 한 신문사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발행횟수를 5회로 줄이면 인쇄매체에 대한 위상이 떨어질 것”이라며 “가정독자도 많기 때문에 5회로 줄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신문사 노조위원장도 “발행횟수를 줄이는 게 가능하겠느냐”며 “신문사에선 휴일수당을 조정해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발행횟수는 현행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