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기업체로 배달되는 토요일자 신문이 찬밥 대접을 받고 있다. 주5일제 시행 업체의 경우 토요일자는 월요일 아침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신세가 되기 일쑤다.
SK C&C에 근무하는 이병윤씨는 “팀에서 종합지 경제지 등 신문 4부를 보는데 토요일에는 출근을 안하다보니 아무도 보지 않고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격주휴무제를 시행하다가 지난달부터 연차를 활용해서 사실상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기업은행에 다니는 정모씨는 “월요일엔 업무량이 많아 회사에서 지난 토요일자를 보는 것은 불필요할뿐더러 어렵다”며 “내년부터 주5일제가 본격화하면 회사원에게 토요일자는 더 읽히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체, 일부 시민단체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프랑스계 향료업체 M사 전화련씨는 “주말뉴스는 방송이나 온라인으로 보기 때문에 회사에서 토요일자 신문을 볼 이유가 없다”며 “회사 규모가 작아 구독부수가 많지는 않지만 고스란히 버려지는 신문은 자원 낭비”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13개 일간지를 보는데 월요일에 오면 토요일자가 쌓여있지만 대개 보지 않는다”며 “평일에는 총무팀에서 신문철을 하지만 토요일자는 보관도 잘 안된다”고 말했다.
다만 홍보실의 경우 토요일자를 아예 외면하기는 어려운 입장. 올 1월부터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KT&G 홍보실 한 관계자는 “홍보실에선 지난 신문이지만 챙기지 않을 수는 없어 월요일자와 같이 훑어보는 정도”라고 말했다.
노동부가 올 1월 현재 상시근로자 100명 이상 사업장 536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2.6%(1749곳)가 월 1회 이상 토요휴무제를 실시하며, 7.6%(406곳)는 매주 토요일 쉬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29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업장에서의 토요일자 신문의 인기는 한풀 더 꺾일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보험 업종 및 1000명 이상 고용 사업장은 내년 7월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은 2005년 7월부터 주5일제를 시작하며, 2011년까지 근로자 20명 미만의 영세기업에도 주5일제가 실시된다.
하지만 신문사에선 발행횟수를 주5회로 줄이는 데 대해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 한 신문사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발행횟수를 5회로 줄이면 인쇄매체에 대한 위상이 떨어질 것”이라며 “가정독자도 많기 때문에 5회로 줄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신문사 노조위원장도 “발행횟수를 줄이는 게 가능하겠느냐”며 “신문사에선 휴일수당을 조정해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발행횟수는 현행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