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전형을 폐지해 응시자 모두에게 필기시험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암기 위주의 상식시험을 없애고 합숙평가나 심층면접을 강화하는 등 ‘열린 채용’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 이같은 변화는 성적표와 필기시험 위주로 인재를 뽑는 공채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자로서 필요한 자질과 역량을 가려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신입사원 공채제도를 대폭 손질한 KBS와 MBC는 ‘열린 채용’을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KBS의 경우 지방대 출신 할당제를 도입하고 장애인 가산점 비율을 확대했으며 남녀의 응시제한 나이를 동일하게 적용했다. 이에 앞서 SBS는 2001년부터 연령과 학력 제한을 없애는 파격적인 조치로 관심을 모았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 등에 이어 MBC도 올해 공채부터 서류전형을 없애고 모든 지원자에게 필기시험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서류전형은 성적표와 이력서를 보고 1차로 사람을 선발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언론사 시험의 개방성을 실질적으로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KBS와 MBC가 출신지역, 가족사항 등 평등권 침해 조항으로 지적됐던 사항을 입사지원서에 기재하지 않도록 한 것도 진일보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MBC의 경우에는 출신학교와 필기시험 성적을 면접과 합숙평가 과정에 반영하지 않기로 해 주목된다.
MBC 윤병언 인사부장은 “지금과 같은 시험제도에서는 창의력과 근성을 지닌 인재를 뽑기 어렵다는 점에서 언론사마다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MBC는 학교와 출신지 등 배경에 대한 선입관을 배제하고 기자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면접과 합숙평가에서 최대한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언론고시에 강한 ‘선수’들보다는 자질과 역량이 뛰어난 창의적인 인재를 뽑으려는 언론사의 고민은 현장실습평가와 심층면접 도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의 경우 4∼5일간 합숙훈련을 통해 기사작성과 취재능력을 평가하고 한겨레도 1박 2일의 현장 다면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한편 KBS의 경우에는 상식 시험을 폐지하고 기사작성 테스트를 새롭게 추가했다.
언론사마다 이처럼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류와 필기, 영어성적, 면접 중심으로 이뤄지는 고시방식의 시험 관행은 언론인에게 필요한자질과 역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학력과 연령 제한을 없애고, 서류전형을 폐지하고, 각종 선입관을 배제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시험 전형에서는 명문대 출신 위주로 선발되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현재의 공채제도가 좋은 언론인을 선발해 언론사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과연 적합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허행량 세종대 신방과 교수는 “최근 언론사들의 변화 노력은 평등한 기회를 더 보장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필기와 면접에 능숙한 사람을 뽑을 수 밖에 없다는 한계는 마찬가지”라며 “타성에 젖어 기존의 공채제도에 안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 언론사 스스로 자문하고, 수시로 검증된 언론인을 뽑는 스카웃 제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언론사 인사부장은 “공채와 스카웃 제도가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가는 게 필요하지만 아직 국내 인력시장이 성숙해있지 않은데다 스카웃에 대한 언론사간 갈등이나 도덕적 논란도 만만치 않아 어려움이 있다”며 “수십년간 관행으로 굳어진 공채제도를 일시에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언론사별로 바람직한 시험 제도를 계속 연구·도입해 나간다면 국내 언론사 채용기반도 서서히 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