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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前장관 언론인 로비설 '일파만파'

언론단체 긴급기자회견·1인 시위 등 진상규명 촉구

박미영 기자  2003.10.01 12: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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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언론인 거액 접대’ 김영완씨 진술 공개





검찰이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한 공판 과정에서 박 전 장관이 언론인들에게 거액의 접대비를 사용했다는 김영완씨의 진술 내용을 공개해 언론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언론단체들은 일제히 대형 부정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인이 연루돼 있어 참담한 심정이라며 검찰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박지원 전 장관에 대한 공판에서 “국민의 정부 시절 언론사 간부 등과 만나 식사를 한 뒤 부장급은 500만원, 차장급은 300만원씩 봉투를 돌리는 등 1회 식사비용이 5000만원에 이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는 김영완씨의 진술 내용을 공개하며 박 전 장관을 추궁했다. 검찰은 또 “언론인을 만나는데 돈이 많이 든다며 20∼30회에 걸쳐 현금과 수표를 받아 사용한 사실이 있느냐”고 박 전 장관을 추궁하며, “3000만원∼5000만원씩 30억원을 줬다”는 김영완씨의 진술 내용도 공개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언론인에게 촌지를 준 사실이나 언론인 접촉을 이유로 김영완씨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박 전 장관은 또 “국민의 정부 시절 언론사 간부나 기자들과 얼마나 자주 접촉했느냐”는 질문에 “일주일에 3∼4회, 4∼5회 내외로 만났으며, 개별적으로 만날 때도 있고 20명을 한꺼번에 만날 때도 있었다”며 언론인과의 잦은 접촉 사실에 대해서는 시인했다. 박 전 장관은 이와 관련 “한번에 적을 때는 10만원에서 많을 때는 200∼300만원이 들었으며, 수표는 직접 계산했고, 현금은 부피가 커서 운전기사에게 시켰다”고 밝혔다. 또 이 비용과 관련해서는 “판공비와 ‘윗 분들’에게서 지원 받았다”고 증언했다. 박 전 장관은 이외에도 김영완 씨와의 관계와 관련 “일부 언론사 사주들을 함께 만났으며, 주로 언론사 얘기를 많이 했다”며 “언론과 매끄럽게 지낼 수 있도록 충고해줬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언론자유를 논할 최소한의 자격부터 갖춰라’ ‘언론인들의 검은 돈 수수 의혹에 분노한다’ 등의 성명을 발표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조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지난달 30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박 전 장관이 98년 대선 이전 당시 국민회의 대변인 시절부터 이후 문화관광부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끊임없이 언론과‘뒷거래’를 해왔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각 언론사와 검찰이 진상규명과 철저한 수사를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또 국민의 힘, 민언련, 언론노조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1일과 2일 3개 방송사와 중앙일간지, 프레스센터, 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갖고 언론인들의 자성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로 하는 한편 오는 8일 언론인 윤리문제와 관련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언론노조는 또 이와 별도로 윤리위원회(위원장 현상윤)를 소집하기로 했으며 검찰 수뇌부를 방문,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박 전 장관의 언론인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