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네슬레 청주공장이 노조의 파업에 맞서 서울사무소에 대해 직장을 폐쇄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8월 25일의 일이다. 한국네슬레에 전화로 인터뷰 요청을 했다. 외국계 기업이라 직접 홍보팀을 두지 않고 홍보대행사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두시간 가량 뒤에서야 연락이 왔다. 네슬레 사장이 인터뷰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더이상 언론에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 답변이었다. 회사의 공식답변을 팩스 한 장 받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후에 홍보대행사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네슬레 사장과 인터뷰 약속시간에 맞춰서 회사로 오라는 것이다. “인터뷰를 거부해서 그런 줄 알고 있는데 갑자기 무슨 약속이 잡혔다는 것이냐”며 되묻자 홍보담당자는 머뭇거리더니 “모 민영방송사 기자에게 전화한다는 것이 잘못해서 KBS 기자에게 전화하고 말았다”며 변명했다. 알고보니 한국네슬레에서 KBS에는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다른 방송사에는 인터뷰를 약속한 것이다.
이유를 물으니 인터뷰 결정에 있어서 KBS의 최근 일부 프로그램으로 판단해보니 뉴스 역시 노조 편을 들 것으로 보여 그랬다는 답변이었다. 네슬레가 보는 KBS가 어땠는지 간에 자기 입맛대로 언론을 선택하려 했던 셈이다.
네슬레의 이해할 수 없는 판단에 항의한 뒤에 어렵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도 불쾌한 일로 기억되고 있다. 기자는 그 뒤에도 한 차례 더 네슬레 파업사태를 보도했다. 그 때마다 항의를 받은 것은 오히려 네슬레 노조측에서였다. 네슬레 노조의 파업이 자칫 네슬레 청주공장의 철수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회사측의 강경 대응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물론 두 번의 보도 모두 기자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고 자칫 장기파업이 가져올 파국을 경고했을 뿐이다.
네슬레는 아직도 파업중이다. 회사에서 쫓겨난 노조원들은 회사 앞에 천막을 치고 아직도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민주노총에서는 지난 9월 26일 국제식품연합노련과 함께 한국네슬레를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 혐의로 산업자원부에 제소했다. 민주노총은 “OECD 가이드라인은 사용자가 고용조건을 놓고 노조와 교섭을 하거나 노조가 단결권을 행사할 때 이에 부당하게 영향을 줄 목적으로 사업 단위의 전부나 일부를 이전하겠다고 위협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요즘들어서는 민주노총과 네슬레노조의 목소리에 더 귀가 기울여진다. 아무리 노조가 강해도 공장철수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사측이 갖고 있다. 대부분 사업장에서 노조는 약자다. 약자를 힘만으로 다루려해서는 안된다. 파업 이후 지금까지 무조건 대화를 거부하며 공장철수만을 검토하는 것이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아닌 것으로 안다. 입맛에 맞는 언론만을 골라 인터뷰하겠다는 자세로 노사관계를 풀겠다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