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는 표현은 점심을 얻어 먹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는 뜻으로 투자수익에 비례해 높아지는 위험도 등 주로 경제분야에서 많이 등장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최근 조선과 중앙에서 나란히 이 표현을 빌어 ‘공짜점심에 대한 대가’라는 논리로 이라크 파병을 부추기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위원은 지난달 17일 칼럼 동서남북에서 제목과 첫 문장을 “공짜 점심은 끝났다”고 달았다. 양 위원은 “우리는 그동안 국제사회로부터 수많은 공짜 점심을 얻어먹었다”며 “미국이 막대한 피와 돈을 들여 만든 안보 우산 아래서 우리 시장문은 닫아건 채 외국시장엔 우리 물건을 소나기식으로 내다팔아서 먹고 살았다”고 주장했다. 또 냉전이 끝나고 우리 경제규모가 세계 12위로 커지면서 국제사회가 공짜점심을 먹는 우리를 흘겨보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우리가 받은 첫 번째 계산서가 외환위기이며 “이제 미국이 계산서를 내밀고 있다”는게 양 위원의 주장이다. 양 위원은 “파병비용도 우리가 내야 할 모양이고 어쩌면 우리 병사들이 피를 흘릴 수도 있다”면서도 “문제는 우리가 점심값을 내지 않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점심값을 내지 않으면 우리는 식당에 들어설 수 없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양 위원은 덧붙여 “파병만이 아니라 무역통상 문제, 외국인 노동자 문제, 국제사회에 대한 참여 등 우리가 내야 할 점심값은 적지 않다”면서 “그 값을 치르겠다는 정신을 가질때 우리는 더 이상 변방국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우리가 대가없이 얻어먹은 공짜점심에 대해 미국에서 ‘계산서’를 내밀었으며 이제 우리가 파병 등으로 그 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이번에는 중앙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가 파병 찬성론을 펴며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으며 따라서, 이제 부시로부터 그 대가를 요구하는 ‘청구서’가 날아들었고 결국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요청을 뿌리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대기자는 칼럼에서 “지금 정부가 할일은 한·미 동맹관계의 정신에 따라 파병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한국군의 주둔지역과 파병규모을 흥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이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며“청와대에는 부시가 노 대통령을 ‘내 친구’라고 부른 데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청구서가 날아든 셈이고 최병렬 대표도 워싱턴에서 부장관급의 고위관리 두 사람을 만나는 방미 성과에 따른 혹을 하나 달고 귀국했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이라크 사태 안정에 최대 걸림돌은 이라크 전쟁의 전리품을 독점하겠다는 미국의 한도 끝도 없는 욕심이다”면서도 “이라크가 제2의 베트남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기우” “청와대 고위관리가 입싸게도 파병 반대의 의견을 말한 것은 간데없는 국제 음치의 행태”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파병 당위론을 강조했다.
두 언론인이 파병찬성 논리로 나란히 사용한 ‘공짜점심’ 표현에 대해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베트남전 등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치른 대가는 전혀 계산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파병찬성 논리를 굳히고 있다”면서 “언론이라면 주둔비 등 오히려 미국이 우리로부터 공짜로 가져가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따져보라”고 지적했다.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