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2시. 내리 사흘을 과음한 탓에 컨디션은 엉망이었지만 무작정 선배 차에 올라탔다.
서울보다 먼 속리산. 자그마치 7시간을 도로에서 헤매다 밤 8시가 다 되어 숙소에 도착하니 ‘기자협회 가족한마당’이 지하 공연장에서 열리고 있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손뼉 장단도 맞추고…. 늦은 귀가에 음주로 파김치가 돼 늘 마음 뿐인 기자들의 가족사랑이 속리산에서 실천되는 현장이었다.
가족행사가 끝난 뒤 동료들과 막걸리 한잔 시켜놓고 전 파티를 벌였다. 해물전 감자전 버섯전 녹두전…. 속리산의 정기를 받으며 야외에서 먹는 야참 맛이란!
다음날. 새벽 6시쯤 겨우 눈을 떴다. 아침 7시10분부터 산행을 시작. 세심정 휴게소까진 꿀같은 기분이었다. 마치 산책로를 걷는 기분. 시원한 바람,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숲, 그 사이로 내리쬐는 따스한 햇살.
그러나 이후 문장대까지 쉼 없이 이어지는 오르막에 숨이 턱까지 차 올랐다. 통영 사량도 지리망산에 오를 때 얻은 ‘날다람쥐’ 별명 때문에 퍼지지도 못하고 이를 악물고 올랐다. 두시간여 악전고투 끝에 문장대에 도착한 일행은 한국 기자사회의 염원을 담아 통일기원제를 올렸다.
“해맑은 공기와 신선함이 가득한 여기 속리산, 민족의 영산 속리산에 조국의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대한민국 기자들이 가슴을 열고 모였습니다. 온 겨레가 한 마음으로 기뻐하며 신명나는 통일의 축제잔치를 벌이는 그 날을 고대하며 대한민국 기자로서의 사명을 다시금 생각합니다. 참 언론, 참 기자 정신으로…”
기자협회장의 제문 중 “양심과 상식을 바탕으로 시시비비를 가려 진실을 밝혀 사회의 질서와 가치를 바로 세우는 소금이자 시대의 견인차가 되길 염원합니다”는 대목에선 나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졌다.
통일기원제를 마치고 다시 산행을 계속했다. 신선대를 지나 경업대에 이르기까진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 속리산은 속세와 이별해 수도에 전념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란 말을 들으며 잠시 후 일행이 당도한 곳은 경업대. 임경업 장군이 이 곳에서 수도를 했다고 한다. 장쾌한 산세,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보이는 숲, 그 안에 꼭꼭 숨어있는 계곡의 낮은 숨소리. 솨∼솨∼. 바위 위에 걸터앉아 있자니 신선이 따로 없었다.
봄에는 산벚꽃, 여름에는 푸른 소나무숲, 가을엔 만산홍엽의 단풍, 겨울엔 설경이 끝내준다던데. 겨울 속리산 같이 가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