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회장은 오후 11시 30분경 편집국에 들러 자정부터 20∼30분간 편집국장실에서 편집국 간부 7∼8명과 대화를 나눴다. “내가 경영과 편집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분이 다 알고 있는데 왜 밖에서 그렇게 보지 않는지 답답하다”며 “지면제작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약속하고 싶어서 왔다”는 게 김 전 회장의 주요 발언 요지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최근 권양숙 여사의 미등기전매 의혹 보도를 사주의 뜻과 연결짓는 외부 시선에 자극을 받은 것 같다”며 “경영과 편집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집국 관계자는 “이날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이 역지사지하라는 취지의 얘기도 한 것으로 안다”며 “보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아니라 원론적인 차원에서 보도를 할 때 역지사지하라는 의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문에 앞서 김 전 회장은 “편집국장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뜻을 편집국에 전달했다. 예고된 방문이었지만 ‘오랜만’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01년 명예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본사에 있던 집무실을 없앴다. 일민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본사 옆 일민미술관 내 이사장실에 비정기적으로 들리는 정도일 뿐 그간 편집국 발길은 뜸했다.
하지만 내부에선 김 전 회장의 방문에 크게 무게를 싣는 분위기가 아니다. 한 기자는 “평소 김 전 회장의 생각을 밝힌 것”이라며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동아일보가 사주의 발언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편집국 한 고위관계자는 “실제로 김 전 회장이 논조, 지면제작에 관해 얘기한 적이 없다”며 “이번 발언 역시 지면제작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