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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감사 뒷전, 개혁 흠집내기 급급

이원창 의원 "정 사장 간첩 의혹" 발언 파문

서정은 기자  2004.0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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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서는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에 대한 편향성 논란, 개혁 프로그램의 불공정성, 정연주 사장에 대한 간첩혐의 의혹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치적 이념 공세로 정 사장에 대한 사상 검증과 KBS 개혁 흠집내기에 치중하면서 실질적인 정책 감사는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KBS 개혁프로그램 논란

한나라당 의원들은 KBS의 개혁프로그램 및 송두율 교수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정연주 프로젝트’ ‘국민의식화 교육’이라는 표현을 쓰며 불공정성과 편향성을 집중 성토했다. 일부 의원들은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송 교수 입장을 대변하고 허위정보를 제공해 국민여론을 호도한 KBS 정 사장은 더 이상 이념적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고 사퇴하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현경대 의원은 “정 사장 취임 이후 이뤄진 편향적인 프로그램 개편, 진행자 대폭 교체 등은 불공정 방송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은 “송두율씨 방송은 KBS의 극단적인 이념적 편향성을 노정했고, <인물현대사>와 <미디어포커스> 등은 국민을 의식화해야 한다는 공명심이 과욕을 불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민주당 심재권·정범구 의원과 통합신당 김성호 의원 등은 송 교수 내용을 다룬 <한국사회를 말한다>와 관련 “한편의 휴먼 다큐” “편향되지 않은 좋은 프로그램”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해 대조를 이뤘다.

이와 관련 정 사장은 “객관적으로 양쪽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봤으나 결과적으로 송 교수의 발언, 특히 노동당 가입 부분은 완전히 배치돼 그 부분이 신중하지 못했던 것은 국민과 시청자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어 “KBS 개혁프로그램이 국민 의식화 시도라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인물현대사>와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취지는 그동안 소홀하게 다뤄진 부분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사회의 다양성과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것이다. 앞으로 사회적 오해가 없도록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주제의 다양성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사장 간첩혐의 의혹 제기

특히 이날 국감에서는 한나라당 이원창 의원이 제기한 정 사장의 간첩 혐의 의혹이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의원은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황인욱씨의 비밀쪽지에 정 사장의 이름이있다”며 “정 사장이 황씨와 같은 노선을 걸어온 사람으로 추정이 가능하다”며 간첩 혐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황씨는 동아투위 선배 딸의 가정교사였고 내가 잠시 한국에 귀국해 선배 가족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번 만났을 뿐”이라며 “쪽지에 내 이름이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듣고 당시 안기부에 있는 친구에게 물어봤으나 ‘아무것도 아니다. 조사할 필요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이어 “내가 황씨와 같은 노선을 걸어온 사람이라고 말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그 쪽지에 내가 간첩혐의자로 돼 있는가”라고 재차 이 의원에게 따져물었으나 이 의원은 “비밀 쪽지에 이름이 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DTV 전송방식 등 정책 현안

KBS 국감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념 공세로 흐르면서 실질적인 정책 감사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날 의원들은 KBS의 DTV 전송방식에 대한 대책 마련, 수신료 현실화 방안, 재난방송 역할 강화 등을 촉구했다. 통합신당 신기남 의원은 “광고의존도를 낮추고 철저한 자기개혁으로 신뢰를 받아 수신료 현실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민주당 이협 의원은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서 신속하고 체계적인 재난방송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DTV 문제와 관련 정 사장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DTV 전송방식 문제를 선입견 없이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해 노사 대책반을 구성했고 기술검토를 위해 비교시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했다”며 “정통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