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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매카시즘 부활하나?

'송두율 사건' 빌미 간첩연루설 등 미확인보도 난무

박미영 기자  2004.02.19 15: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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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사건’을 계기로 언론의 매카시즘 보도가 부활하고 있다. 송 교수와 함께 국내에서 사회주의 사상을 전파한 국내 연계세력의 존재가 확인됐다거나, 정연주 KBS사장이 간첩에 연루됐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보도들이 1면 머릿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정 사장의 ‘간첩연루설’은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이원창 의원의 이념공세로 시작됐다.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으로 구속됐던 황인욱씨가 1993년 작성한 지령문에 ‘안기부가 현재 간첩혐의를 두고 추적중이니 행동에 조심하라’는 경고와 더불어 7∼8명이 거론됐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정 사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국감 장에서 “한 점 의혹이라도 있다면 왜 수사기관이 가만있었겠느냐”는 정 사장의 반박에 아무런 근거를 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내용은 다음날 언론에 ‘정연주 사장 간첩연루설 논란’ 등의 제목으로 대서특필됐다. 동아일보는 3일자 시내판에서는 크기를 다소 줄였으나 가판에서는 1면 머릿기사로 대서특필했고, 3면에 “간첩 비밀쪽지에 ‘안기부 내사중’ 적혀”라는 이원창 의원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아 정 사장의 간첩연루설을 부각시켰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1면에 “정연주 사장 93년 안기부 내사대상”이라고 보도한 데 이어 6일에는 박성범 전KBS방송총본부장의 시론을 통해 “공영방송의 수장이 간첩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문제가 있다며 “정연주 사장은 스스로 사퇴하라”고 보도하는 등 ‘간첩연루설’을 확대재생산 시켰다. 그러나 이들 신문은 논란의 당사자인 황인욱 씨가 보도자료를 통해 정 사장의 연루의혹을 부인한 해명 내용은 일체 보도하지 않았다.

한편 중앙일보는 4일자 1면 머릿기사로 “검찰이 송씨와 연계해 국내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이는 국내인사 6∼7명의 존재를 확인했다”며 ‘국내 연계설’을 제기했다. 이들 중에는 “유럽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학계·언론계 등에서 종사하면서 남한에 사회주의 사상을 전파하는 일을 한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또 이날 1면에 “북 연계세력 정부 핵심에 있다”는 정형근 의원의 주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을 보도하며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거나 이를 뒷받침할만한 후속보도를 하지는 못했다. 검찰 역시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즉각 “전혀사실 무근”이라며 중앙일보에 정정보도를 요구했으며, 타 언론 역시 이를 받아쓰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6일자에서 “현재 상황에서는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는 단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언론은 송 교수에 대한 처리 문제를 놓고 사건의 진상규명보다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기정사실화 하는 등 여론재판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송 교수가 국정원의 발표내용을 부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인만큼 △정치국 후보위원으로서의 활동여부 △오길남씨에 대한 입북 권유 등 진상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언론의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국외추방이나 구속여부 등을 부각시키며 여론재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 지난 3일 현직검사의 기고문을 통해 송 교수를 “즉각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언론노조는 이에 대해 지난 6일 발표한 성명 ‘색깔 덧칠하기, 한나라당-조중동 부창부수’에서 “최근 송두율 교수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논쟁은 단 열흘만에 우리 사회를 광기 어린 70∼80년대로 돌려놓고 있다”며 “송씨가 분단국가의 지식인으로 실정법을 어겼다면 이는 검찰 등 수사기관이 밝힐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