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지난 4일 DTV 전송방식과 관련 해외 실태조사와 MBC 비교시험 결과 검증 등을 골자로 합의한 내용에 대해 방송계와 시민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DTV 전송방식 문제의 핵심인 디지털 전환일정 중단 논의가 배제됐고, KBS 비교시험도 ‘추후 검토’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노성대 방송위원장과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방송위 정통부 학계 방송계 언론노조 등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해외 실태조사 △2001년 MBC가 실시한 비교시험 재검증 △해외 실태조사와 MBC 자료를 분석한 뒤 KBS 비교시험 추후 검토 등 3개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지난달 30일 방송위가 KBS 비교시험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정하고, 지난 1일 정통부에 비교시험 참여를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던 것에서 크게 후퇴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언론노조와 KBS·MBC 본부 등은 각각 성명을 내고 “전송방식변경 가능성과 전환일정 중단이 언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해외실태조사 및 MBC 비교시험 검증은 또 다시 반복되는 국고낭비에 불과하다”며 “방송위와 정통부는 디지털 방송일정을 중단하고, 합의문과 관계없이 KBS비교시험은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DTV 전환일정 중단에 대한 합의 없이 해외조사 등을 시행하겠다는 것은 시간을 끌겠다는 정통부 의도가 관철된 것”이라며 “사실상 KBS 비교시험을 무산시키려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언론계의 우려와 비판을 뒷받침하듯 지난 6일 디지털방송산업진흥협의회와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방송방식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중지해 달라”는 호소문을 담은 신문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냈다. 또 같은 날 정통부 확인국감에서 진대제 장관은 “(방송위와의) 합의 내용에는 방식변경 및 KBS 비교시험 허가 전제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방송위 내부에서도 “정통부 태도는 4일 합의문 내용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방송위원은 이와 관련 “정통부가 해외시찰 및 MBC 비교시험 검증 결과를 따르겠다는 의사가 현재로서는 전혀 없어 보인다”며 “정통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지난 4일 합의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지난 7일 방송위 전체회의에서도 지난달 30일 결정된 방송위 입장을 견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한편 KB가 제안한 비교시험 추진위 구성과 관련 방송위 MBC EBS 언론노조 민언련 방송학회 등 9개 단체가 지난 7일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