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태풍 루사에 이어 얼마전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할 때 수해 취재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던 말이다. 그러나 계곡이 터져 집을 덮치고 강물에 사람이 떠내려가는 수해 취재현장에서는 아무도 그 해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지난 96년 여름 강원도 철원군 마현리 모부대 장병 수십명을 죽음으로 몰고간 수해 이후 ‘국지성 집중호우’란 말이 귀에 익숙해지고 있다. 얼마나 가슴 아파하고 하늘을 원망했는가?
그런데 지난해에는 태풍 루사가, 올 여름에는 태풍 매미가 국지성 집중호우와 게릴라성 호우로 곳곳에서 기상 관측 이래 최대 강우량을 기록하며 아픈 상처를 헤집고 지나갔다.
과학기술이 발전해 인공위성 사진을 실시간으로 보고 기상 예측이 가능한데 언제까지 수해 보도만 해야 하는가? 보다 정확한 기상예측만 피해 우려 지역주민들에게 전달했으면 최소한 대피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 기본적인 정보마저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 지역 언론인으로 느끼는 한계다.
지역언론 여건상 기상 이변에 따른 태풍이나 집중호우 등 기상정보 습득에는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강우량 집계는 기상청에서 받는 자료 한 두 장이 고작이고 예상강우량 예측은 말 그대로 예측이 현실성을 잃은 지 오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산이 높고 지형이 험해 국지적으로 기상요건이 극변하는 강원도에서 재해 예방 보도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 하나를 두고 한쪽에서는 장대비가 쏟아지는데 다른 쪽은 날씨가 개는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하지만 장비와 인력이 부족해 일일이 다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해에 무방비 상태인 것은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재해상황실을 꾸민다고는 하지만 소형 컴퓨터를 이용한 위성사진 관측 정도가 고작이고 대부분 뉴스 채널을 돌리며 피해 상황을 지켜보는 게 일이다. 결국 지방정부는 뉴스 속보에 의존해 피해 상태를 파악하고 사후 처리하는 식의 응급조치가 고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런 측면에서 기상 정보도 지방분권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지방기상대의 역할을 단순한 사후 보고 체제에서 정보 분석과 전달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언론이 지방정부와 연계할 수 있는 ‘재해 예방 네트워크’가 구성되어야 한다. 특히최근들어 강수 추세가 하룻밤사이 연 평균 강우량의 절반가량이 쏟아지는등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만큼 실시간으로 지역별 기상 정보를 피해 우려지역 주민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이같이 예측 가능한 기상 정보를 수해 우려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재해 대비 네트워크가 재해 때마다 완벽한 사후복구타령과 인재 비난을 벗어나는 피부에 와 닿는 대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