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위험에 관한 대부분의 정보를 매스미디어를 통해 얻는다. 그러나 뉴스기사들은 재난에 대해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뉴욕대학의 엘른노 싱거 교수와 필리스 M. 앤드레니 교수가 공동 집필한 <위험보도론>은 뉴욕타임스, 뉴스위크, ABC뉴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14개 언론의 사례 분석을 통해 위험 관련 보도의 실태를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언론의 위험 보도는 보도의 균형성,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 정확성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만 반작용적으로 다루면서 이슈보다는 사건, 장기적인 안목보다는 즉각적인 결과, 위험보다는 피해위주로 보도하는 것이 일반화됐다는 것. 그러나 발생 가능한 사건의 문제점을 예견해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언론이 일조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미디어는 자동차 충돌사고, 핵반응 사고, 중독에 의한 죽음 등과 같은 특별한 재난의 결과들을 밝혀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재난이 발생한 원인이나 재발방지를 위한 대안 분석에는 미흡하다는 것.
저자는 일반적인 보도와 전혀 차별성을 지니지 못한 위험보도의 태도도 지적하고 있다. “다른 뉴스보도와 마찬가지로 재난 보도 역시 사회경제적 관계보다 개인이나 사건들에 초점을 맞추고, 장기적 전망보다는 드라마틱한 것과 갈등적인 것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저자는 위험 보도가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위험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불균형성에 대해서도 실례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이밖에도 이 책은 재난 발생의 여러 요인 중 특정한 관점만을 취해서 보도하는 성향, 대중 건강 캠페인과 같이 위험요소를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편향된 정치성 등도 개선돼야 할 위험보도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을 옮긴 송해룡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는 “우리의 위험보도는 큰 사건중심의 재해보도에 한정돼 있고 원인과 예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산업사회와 소비중심사회의 부산물인 ‘위험의 증가’는 위험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