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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 이원창 의원과 언론

박주선 기자  2004.02.19 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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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이원창. 지난해 이맘때 그는 한나라당 공정방송특위 위원으로 MBC 저격수였다. 당시 한나라당은 방송 4사에 ‘불공정보도 시정촉구’ 공문을 보내고, MBC의 국감 포함을 위한 감사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른바 ‘신보도지침’은 “정연씨 이름 앞에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라고 쓰지 말라” 등의 내용을 포함해 ‘언론통제용’이란 비판을 샀고, 결국 한나라당은 ‘매끄럽지 못한 표현’이라며 유감 표명을 했다.

감사원법 개정 역시 한나라당과 갈등관계에 있던 MBC에 대한 압박용으로 읽힐 뿐 여론의 힘을 얻지 못했다. 그때 그는 방송사 공격에 앞장섰던 당내 강경파로 분류됐었다. 그 무렵 의원총회에서 “김중배 MBC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대선까지 이회창 후보의 병풍문제를 크게 보도하라’고 지시했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발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1년 새 그는 MBC에 대한 공세를 멈췄다. 대신 정연주 KBS 사장을 겨누었다. 지난 2일 KBS 국감에서 정연주 사장에게 “남한 조선노동당사건 핵심인물인 황인욱씨와 같은 노선을 걸어온 사람으로 추정 가능하다”고 추궁했다. “황씨가 밀반출하려 했던 지령문에 ‘안기부가 간첩혐의를 두고 추적중이니 조심하라’는 문구와 함께 거론된 인물에 정 사장이 포함됐다”는 게 근거다. 그러나 “당시 안기부에서 조사받을 필요없다는 대답을 들었다”는 정 사장의 반박에는 새로운 근거를 대지 못한 채 이름이 포함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의혹 제기만 앞섰을 뿐 의혹의 근거는 미약해 보였다.

그는 경향신문 MBC를 거친 전직 언론인이다. 정치공세, 무책임한 폭로가 아닌 언론에 대한 건전한 쓴소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테다. 그도 그렇지만 정 사장과 간첩활동 연루에 뚜렷한 연결고리가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이를 ‘KBS 정사장 간첩연루 논란’으로 1면 주요기사로 포장한 언론도 무책임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