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이 주도하고 있는 급속한 방송환경 변화에 뒤떨어지지 않고, 서구사회를 대체해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아시아권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동아시아권 방송사들 사이에 뉴스 교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인규 KBS 이사는 지난 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동아시아 기자포럼 세미나에서 ‘동아시아에서의 방송의 발전 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아시아국가의 국민들은 자국문화를 향유하며 각국의 개성있는 문화적 정체성의 기반을 다질 시간적 여유도 없이, 대량으로 유입되는 서구 문화와 문명에 노출돼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국가간 디지털 기술 협력, 위성방송 협력, 뉴스교환, 프로그램 교류와 공동제작 등 방송협력이 절실하며 방송인 교류와 교환연수 등도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환경 문제와 인권 문제 등 사회 현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프로그램의 공동 제작을 통해 날로 더해가는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인권의 존엄성 등을 일깨우는 방송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 동아시아 지역의 방송사간 구체적인 협력형태로 “동아시아 ‘뉴스프로그램 중계센터’의 설립 같은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성해 뉴스를 교환하고 다른 국가 방송사의 필요한 뉴스를 언제나 손쉽게 쓸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신설기구의 설치방안은 방송인들의 합의만 이뤄진다면 아시아 방송연맹(ABU)같은 곳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공동 발제자로 나선 일본 도쿄방송의 아카스카 오호로 기자와 일본기자협회 이와사키 사다키 사무총장은 “일본은 현재 NHK에서 운용하는 TV, 라디오, 위성방송 채널은 물론이고 섬이 많은 특수성 때문에 수많은 지역 민영 방송사들이 있다”고 밝히고 “일본 정부는 수많은 각 방송사를 전파법에 의해 직접적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이처럼 일본의 방송은 정부의 직접적 규제 아래 있기 때문에 정부를 쉽게 비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번째 주제 발표를 한 싱가포르의 림신친 전 아세안기자협회장은 ‘언론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명제와 ‘언론의 자유는 통제돼야 한다’는 대립되는 명제가 있으나 “언론 자유만으로는 삶의 자유를 획득할 수 없다”고 역설적인 주장을해 눈길을 끌었다. 림 전 회장은 “투자유치와 개발의 중흥을 맞고 있는 아시아의 현실에서 언론 보도는 긍정적인 뉴스보다 선정적 보도에 치우쳐 있다”며 “동아시아 기자포럼에서는 국가별 개발측면에 관련한 보도를 어떻게 활성화 시킬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