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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당리당략에 춤춘다

대통령 재신임 관련 일부언론 하루만에 논조 변화

박미영 기자  2004.0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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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성 발언 대서특필 하기도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을 둘러싸고 정국이 혼미한 가운데 언론이 냉정한 자세로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정치권의 당리당략을 중계보도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폭탄선언을 하자 대다수 언론은 발언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면서도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조기에 재신임 여부를 묻고 사태를 빨리 종결시켜야 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1일자 사설 ‘국정공백 없도록 재신임 방향·시기 명백히 해야’에서 “노 대통령이 재신임 시기와 방법, 앞으로의 정치일정 등에 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신문들도 “신임 국민투표가 최적의 선택”(문화) “국민투표가 타당”(대한매일) 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막상 13일 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12월 15일을 전후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자 ‘성급하다’, ‘재신임 의도가 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일보는 14일자 사설 ‘재신임 국민투표 문제점 많다’에서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힌 지 사흘 만”이라며 “국가적 중대사를 서두르며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 하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사설 ‘재신임 받아 무엇하려 이러는가’에서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반성이 아니라 국회와 야권, 언론 등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계기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재신임 투표는 위헌…민의 왜곡 우려”(조선), ‘헌법 학자들 위헌 논란/“정책과 연계 안되면 위헌”’(동아) 등 당초 부각시키지 않던 위헌 논란을 강조하며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의 정략적 의도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조선 동아 등 일부 언론의 이같은 방향 전환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정치권의 입장 변화와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재신임 비율이 불신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국민투표는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보였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선 최도술 비리 규명’으로 돌아서며 ‘부정적’으로 기울자 언론보도 역시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SK수사와 관련 최도술 비리에 노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이 여과없이 보도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조선일보는 13일자에서 “어마어마한 최도술 비리설 나돈다”는 최병렬 한나라당대표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아 보도했으나 기사에 인용된 최대표의 발언은 “시중에 돌아다니는 이야기는 어마어마하다. 내가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11억원은 단편적일 것”이라는 추측성 발언에 불과했다. 조선일보는 또 14일자 3면 머릿기사로 ‘야 “최도술 11억에 대통령직 걸겠나”/한나라 “엄청난 비리제보 들어와…확인 땐 탄핵감”’이라는 제목으로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노 대통령이 “시기와 방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문화일보도 ‘조건없는 12월 국민투표 지켜져야’라며 일관된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주동황 광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이 재신임 자체에 대해 평가하기보다 정치적으로 유리하냐 불리하냐는 기준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재신임에 대한 논조가 변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