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오는 12월 15일 즈음 국민투표로 재신임을 묻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먼저 사상 초유의 재신임 발언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며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우리는 먼저 오죽했으면 그렇겠느냐는 반응도 많지만 대통령의 무모함과 무책임성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국정운영에 미숙함을 드러낸데다, 측근 비리로 도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 노대통령에 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은 최근 국회 연설을 통해서도 이 같은 세간의 지적을 시인하고 성찰한 바 있다.
그러나 보편적 상식과 건전성, 균형감각에 기초하지 않고 입맛에 맞는 것을 골라 날선 펜으로 공격과 편식 일변도의 비판보도를 하며 국정을 흔들어온 보수언론의 책임 또한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이들은 언론사 세무조사 때부터 싹튼 민주당 정권과의 `구원(舊怨)’을 바탕으로 야당과 연계해 증오를 발산하듯 공세전을 펼치고 있다. `펜은 무기보다 강하다’고 했던 긍정적 의미의 수사도 굴절된 지 오래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이같은 보수언론의 부작용을 국민들이 광범위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이들 언론이 뼈를 깎는 자성을 통해 거듭나길 재삼 촉구한다. 재신임 천명이후 이를 적극 환영하며 연내에 실시하라고 야당과 입을 맞추던 보수언론들은 하루 이틀사이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 `재신임 우세’ 쪽으로 흘러가자 재빠르게 논조를 바꾸고 있다. 이제는 재신임투표를 못하게 해야 한다거나 거부해야 한다고 하니 자기모순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언론은 이제 정도로 돌아가 비판의 품격을 확립해야 한다. 기회는 더 이상 없다. 그래야 사회의 공기로서 `제4부의 권위’를 되찾을 수 있다. 매체 영향력이 클수록 사회통합을 지향하는게 당연하며 그래야 감히 `주류언론’이라 떠들 수 있다. 왜곡된 시장구조를 애써 눈감은 채 많이 팔리니 그 논조가 `정의’라고 혹세무민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정치적 목적이나 사익(私益)에 충실한 소재만을 교묘하게 채집, 진실을 호도하는 제목을 뽑는 기술자 역할을 한다면 언론인이라 할수 없다. 뜨거운 가슴과 양심을 강조하고 사회의 그늘을 살피며 냉철하게 판단하는 제우스가 돼야 한다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마땅하다. 지나친 정치개입이나 특정 정파와의 정치적 연대도 사라져야 스스로 당당한 언론이다. 면책특권을 악용하는국회의원의 확인조차 안된 주장을 인용부호를 통해 침소봉대해 상대를 공격하는 데 쓰는 언론은 민주국가에는 찾아볼 수 없다.
언론은 또 정치권의 부패만 꼬집을 게 아니라 스스로 오염돼 있는 언론시장 질서를 회복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언론독과점 구조가 해소되고 공정 경쟁의 룰이 확립돼야 건전해진다. 남 흠잡기에 앞서 자신의 과오를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과 역사앞에 부끄럽지 않은 언론이 되려면 자성하고 새롭게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