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송두율 교수 미화 논란을 계기로 촉발된 KBS 개혁프로그램 및 사장, 이사장에 대한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언론의 이념 공세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 속에 이를 둘러싼 공방과 파문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왜 KBS인가?=언론계와 시민단체들은 이번 한나라당과 일부 신문의 매카시즘적 정치공세에 대해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방송 장악 의도와 KBS 개혁을 무위로 돌리려는 보수 집단의 불순한 계획이 깔려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KBS 노조 김영삼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방송을 장악하지 못해 패배했다는 피해의식과 KBS 개혁프로그램에 대한 지나친 적대감이 총체적인 공격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송두율 교수에 대한 평가와 KBS에 대한 평가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둘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든 엮어내려는 아전인수가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시도는 무엇보다 개혁적인 성향의 방송사 사장을 끌어내리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지난해 김중배 사장 시절, MBC의 편파보도를 문제삼아 MBC를 국감 대상에 포함시키는 감사원법 개정과 민영화 방침을 거듭 거론하며 집요한 공세를 폈다. 이번에는 정연주 사장이 취임한 KBS에 대해 개혁프로그램의 이념과 편파성을 지적하며 KBS 길들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정 사장에 대해 간첩 연루 의혹을 제기하며 색깔을 덧씌우고 이것을 빌미로 사퇴를 요구하는 등 전형적인 매카시즘을 드러냈다.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은 “송두율 교수에 대한 색깔 공세는 하나의 빌미일 뿐이고 핵심은 KBS를 무력화해 정 사장을 끌어내리려는 것”이라며 “한나라당과 수구 보수언론이 합작해 KBS를 공격하고 있지만 유신시절 하수인이었던 수구세력들이 과연 KBS 개혁프로그램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한나라당과 일부 신문이 KBS 프로그램에 대해 쏟아내고 있는 비판도 사실을 왜곡한 측면이 많다는 게 언론계의 지적이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지난 14일 논평을 내고 “조선과 동아도 송 교수 관련 내용을 여러차례 보도해왔고 다른 방송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해왔다”며 “유독 KBS가 해외의 여러 망명객 중 한명으로 송 교수를 소개한 것을 ‘미화프로그램’이라고 표현하며 억지 주장을펴는 것은 명백한 악의적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프로그램 내용에 문제가 있고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정정하면 되는 것인데 이를 프로그램 전체의 불순한 의도와 색깔론으로 몰아가면서 공격하는 것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YS와 DJ 정권 출범마다 한완상씨와 최장집 교수 등에 대한 집요한 색깔 공세가 있었고 참여정부에서도 국정원장 선임부터 KBS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한나라당 수구세력과 보수언론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전형적이고 반복적인 색깔공세을 펴고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색깔론이 실체없이 무책임하게 주장되고 이를 보수언론이 확대 포장하면서 사회적 에너지를 소진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MBC는 국감, KBS는 수신료=지난해 MBC를 국감에 포함시키는 감사원법 개정을 추진하며 정치공세를 벌였던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KBS 수신료 문제를 카드로 꺼내들었다. 한나라당 언론대책특위는 지난 14일 TV수신료를 분리징수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한나라당 국감 대책회의에서도 홍사덕 원내총무는 “그동안 KBS의 편파시비와 관련해 KBS 종사자 전체에게 위해가 될지도 모를 시청료 징수문제에 대해 가급적 극단적인 채택을 회피해 왔다”며 “KBS PD협회의 어불성성 이야기가 KBS 전체 의견이라면 전기료에 포함해 징수하는 것도 합리적으로 분리하고 시청료를 낼 사람은 내고, 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내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계에서는 KBS가 공영성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BS 한 관계자는 “수신료를 내고 싶은 사람만 내도록 제도를 바꾼다면 결국 KBS 1TV도 광고를 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시청자의 입장에서 내놓은 정책이 아니라 KBS의 보도와 프로그램을 문제삼아 KBS를 옥죄려는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전망=국감을 기점으로 확산됐던 한나라당의 KBS 공세는 당분간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정국에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행보가 맞물리면서 KBS에 대한 공격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이 KBS 전체와의 대결 국면으로 사태가 번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KBS 기자·PD 등 내부의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 지난 10일 이강두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우리 당은 KBS 전체가 이념 편향적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이종수 이사장이나 정연주 사장, 그리고 일부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이들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KBS PD협회가 동아·조선의 취재 거부를 결의하고, 언론노조 KBS본부가 노조 사무실의 동아·조선 구독을 중지한 가운데 KBS본부 충북도지부는 지난 14일 “편파보도에 항의하는 뜻으로 조합원의 사무실과 집으로 배달되는 동아·조선일보를 모두 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