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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파면 등 법적 제재 필요"

언론노조·민언련 '언론인 윤리제고' 토론회

조규장 기자  2004.0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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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기자들에게 촌지와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언론인들의 윤리 불감증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박 전 장관이 재직 시절 30억원을 언론로비에 사용했다는 김영완씨의 진술을 발단으로 문제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8일 ‘언론인 윤리 제고와 권언관계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는 긴급 토론회(사진)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언론인들 스스로의 자성 외에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향후 공동대책을 모색하기로 다짐했다.

발제를 맡은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은 언론인 전반에 대한 전방위적 로비를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며 “해임과 파면 등 강력한 처벌조항을 담은 실천 강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총장은 언론인 비리 사건이 되풀이 되는 이유로 △언론의 권력화와 권언유착 △언론시장의 독과점 구조 △출입처 취재관행과 기자단 문화 △비리 연루 언론인들에 대한 사후처리 미비 등을 꼽았다.

토론자로 나선 장행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이번 사건의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가 오고 갔는데 이 정도면 촌지가 아니라 뇌물로 봐야 한다”며 “기자들 스스로 의식을 고쳐야 하고, 제대로 시정되지 않는다면 범죄로 치부해 법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은 박 전 장관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시인한 후배 기자들의 증언을 소개하면서 언론로비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시사했다. 신 위원장은 “후배 기자들로부터 ‘박 전 장관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한잔 더 하라며 기자들에게 돈을 줘 공동으로 썼다. 액수는 김영완의 진술과 비슷하다’는 등의 증언들을 여러 차례 들었다”며 “언론에 보도된 내용보다 더 큰 액수가 더 많은 기자들에게 뿌려졌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기 기자협회장은 ‘언론인 의식’의 부재를 지적했다. 이 회장은 “언론인들은 요즘 스스로를 하나의 직업인으로 간주해 자신의 역할을 축소하고 있다”며 “예비 언론인들에게 단순한 기술교육이 아닌 ‘기자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조일준 한겨레 기자는 “기자들에게 극진한 처우을 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취재원들에게 강하게 각인돼 있다. 처음에는 불편해하던 기자들도 나중에는 익숙해진다”며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택수 변호사는 “은행직원과 같이 언론인에게도 ‘특정업무가중처벌’등을 공론화할 수도 있겠지만 위헌시비가 있을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타인의 사안을 처리하는 자가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일을 할 경우 처벌하는 배임수재죄는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어 “정치권의 ‘권력분립원리’처럼 언론도 견제와 균형, 상호비판이 가능하도록 언론의 독과점 시장 구조부터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국 언론노조 신문개혁특위 위원장은 “언론재단 설문조사 결과 기자 10명 중 8명이 촌지나 상품권 등을 받았고 그중 10~20%가 기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며 “즉각적으로 기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결국 기자정신은 서서히 죽어가는 게 아니겠느냐”고 우려를 표명했다.

조규장 기자 natash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