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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언론과 민주주의

기자칼럼  2004.0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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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규 경기일보 사회부 기자





본지가 내년 총선을 대비해 기획시리즈로 다루고 있는 ‘17대 총선 누가 뛰나’를 위해 동료 기자들 모두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

필자 역시 출마예상 후보들을 일일이 만나 인터뷰한 후 그들의 주장과 설명 등을 객관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기사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어휘선택이나 문장의 뉘앙스, 기사의 내용과 분량 등에 주관적인 감정이 삽입되고 있다는 불만(?) 때문이었다. 후보와 만남의 자리, 인터뷰 때의 분위기, 학연이나 지연, 혈연관계 유무 등에 따라 손끝에 들어가는 힘이 다르게 느껴져 수차례 기사를 수정했다.

동료 기자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털어놓을 때마다 기자의 역할과 사명이 무겁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한국언론의 작은 희망이란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기자협회로부터 ‘언론’이란 주제의 원고 청탁을 받고 적잖은 고민을 했다. 동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글을 써야겠다는 욕심이 앞섰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님을 뒤늦게 깨달았다. 올 초 기협으로부터 ‘2003 일선기자들의 새해소망’이란 제목의 원고 청탁을 받고 ‘국민을 섬기는 한국의 링컨 기대’란 희망을 담은 글을 쓸 때와 비교하면 몸도 마음도 지쳤고, ‘언론’이란 주제가 주는 암울함(?)이 크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오늘의 한국정치, 한국민주주의의 위기가 바로 언론의 위기에서 오는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폭력을 휘두르는 편파언론, 권력과 유착해 천문학적인 탈세의 특권을 누려온 거대언론은 민주주의를 오도하고 이 나라를 특권과 기득권이 판치는 사분오열의 땅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언론이란 명예로운(?) 이름만 걸고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우후죽순 난립하고 있는 일부 지방언론들도 한몫을 거들고 있다.

사실상 ‘언론개혁’은 김대중 정부가 노무현 정부에 넘겨준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채 1년도 안된 노무현 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만약 현 정부에서 언론개혁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기득권 방어에 모든 것을 거는 ‘권력 카르텔’에 포위돼 결국 언론개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초 언론계, 특히 과점신문 3사의 선배들이 편집권 독립운동에 동참한 선례가 있다. 이제 모든 언론 스스로가 언론개혁 의지를 곧추세워야 한다. 여기에 각종 언론단체들이 언론개혁의 불씨 당기기에 앞장서기를기대한다.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공명정대한 언론이 만들어내는 것이란 초보적인 사실을 언론계 스스로, 아니 기자 개개인부터 실천하고 행동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