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상호교류 위한 네트워크 구축…이해 폭 넓히자"

제1회 동아시아 기자포럼 특별 좌담

조규장 기자  2004.02.19 17:33:32

기사프린트

제1회 동아시아 기자포럼에 참석한 기자들이 지난 6일 좌담회를 갖고 동아시아의 전반적인 언론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이날 동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언론인들이 전위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와 같은 포럼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동아시아 평화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이날 좌담에는 이상기 기자협회장, 노릴라 다우드 말레이시아 기자연맹 회장, 이안 마쿼드 미국 몬타나TV 특수업무 코디네이터, 동카이류 중국 신화통신 기자, 신친림 싱가포르 환경언론포럼 회장, 미키 묘친 일본 신문노련 위원장, 키쉬코 히사다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가 참석했으며 사회는 강석재 기협 국제교류위원장이 맡았다.









각국의 언론 현황

△이상기=노무현 정권은 집권 초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선언한 바 있다. 앞서 한국 언론은 권력과 유착관계 혹은 무조건적 적대관계라는 극단적 위치에 서 왔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과 정권의 건강한 긴장관계 하에서 서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자고 제안했다. 과연 정말로 건강한 관계가 될지 안 될지는 미지수지만 모두들 서로를 지켜보면서 당부하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릴라=말레이시아의 언론은 그다지 비판적이지 못하다. 대부분의 신문이 정당 또는 정치인과 관계된 기업인들의 소유인 관계로 많은 것을 잃고 있다. 언론을 규제하는 법은 대단히 엄격하고 모든 출판업자는 매년 새로운 허가를 받아야 하며 정치권의 비리를 폭로할 경우 처벌에 대한 우려가 항상 존재한다. 방송의 경우 3개 채널이 정부에 속해 있고 나머지 6개는 상업방송이지만 비판적 마인드가 부족하기는 방송도 마찬가지다. 말레이시아의 노동 환경과 언론의 자유는 비슷한 상태다. 언론 자유를 위한 움직임은 보편적 인권 측면에서 모든 부분과 보조를 맞춰가야 한다. 아직도 말레이시아는 많은 사람들이 싸우고 있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여러분과 같은 분들의 많은 방문이 필요하다.

△동카이류=중국의 급격한 경제 발전과 더불어 미디어 역시 급성장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중국에는 2000여개의 신문과 300여개의 방송국이 존재한다. 이러한 발전에 힘입어 중국의 언론은 동아시아 여러 국가의 미디어와 접촉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각 나라의 불균형적 상황과 복잡한문화의 혼재 및 언어 차이가 한계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화전달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키쉬코=최근 일본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북한 관련 이슈와 이라크 문제다. 북한 문제의 경우 핵무기와 일본인 납북 문제가 동시에 걸려 있다. 문제는 대다수 일본 언론이 북한 관련 문제에 대단히 감정적으로 접근하고 대응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라크 문제의 경우 군 파견에 대해 확연하게 상반되는 입장으로 갈린 상태다.

△신친림=싱가포르는 현재 문화적으로 복잡한 국면이다. 정치문화적으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가치가 공존하는 모습이지만 젊은 세대들의 문화는 대단히 빠르게 변해왔다. BBC, CNN, 헐리우드 영화, 패션, 음식 등 모든 것이 서구적 가치에 매몰돼 있다. 사람들은 오로지 즐기는 것에 가장 큰 무게를 두려한다. 그러나 미디어는 문화적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서구적 가치가 지배적이지만 아시아에는 아시아의 가치가 있고 싱가포르에는 싱가포르다운 가치가 있다. 전통적인 싱가포르의 공동체 질서를 회복하고 복잡해진 상황들을 적절하게 해결해 나가는 게 우리 언론의 가장 큰 숙제다.

△이안=얼마 전 플로리다에서 언론인 대표자 회의가 있었다. 과연 언론인이라는 직업이 미국사회에서 인정받는 지위에 있는지 논의하면서 자기반성의 기회를 가졌다. 다행히도 미국은 정부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도록 연방헌법이 잘 보장돼 있는 나라다. 언론은 정부와 시민사이의 정보 통로가 되고 있다. 또한 미국 언론은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점점 축소되고 왜소해져 가는 정부 정책에 힘을 보태려 노력하고 있다. 미국 언론의 역할은 대체로 언론을 접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취합해 주는 것이다. 지역언론이 자신의 지역 공동체에 대부분의 관심을 집중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언론의 역할

△노릴라=우선 기자들의 관점이 넓어져야 한다고 본다. 사실 누구보다도 우리는 서로의 미디어 상황에 대해 잘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이를테면 한국의 언론은 여러 가지로 부러운 점이 많다. 이런 나라들끼리 만날 수 있는 포럼을 지속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미키=북한 문제와 관련 6자회담 당시 여러 나라의 기자들이 모여 논의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일본은매우 감정적인 접근의 자세를 보였다. 논의에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북핵 이슈를 확실히 안 다음에 대화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북한 문제에 대한 심층적 이해, 나아가서는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동카이류=여론 형성에 있어서 기자가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은 기성세대 못지 않게 젊은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선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미래지향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의미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젊은이들은 이미 문화형성의 주체적 위치에 섰다.

△신친림=싱가포르 언론은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선결과제를 갖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싱가포르 역시 싸울 필요가 있다. 지금으로서는 많은 것들이 불가능하다. 더불어 일본과 한국의 미디어 상황 등 동아시아 각 국의 미디어 상황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이안=모든 논의는 자국 언론의 수준에서 출발한다. 1994년 우리는 중국의 꽝시, 일본의 구마모토, 한국의 충청남도와 주(州) 단위에서 언론사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시도했었다. 개별적 단위의 국제적 우호와 정보교환을 목적으로 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실패했다. 나는 개인 대 개인의 접촉들이 결국에는 세계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별적 단위의 국제적 접촉은 상호간의 교육과 정보교환을 도모함으로써 정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에 대한 시각

△신친림=북핵 문제에 일본은 직접적 영향권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태도는 일면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다르다. 직접적 피해 위치에서 벗어나 있다. 싱가포르의 젊은 세대는 더 먼 지점에 서 있고 더 무관심하다.

△동카이류=세계 평화에 관련된 문제는 기자가 주도적 위치에 서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와 같은 자리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자주 열려야 한다. 특별한 이슈에 대한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의견을 교환하는 등 언론인이 공론의 가교 역할을 할 때가 됐다.

△이안=미국의 주요 관심사는 어쨌든 한반도에서 싸움이 다시 한번 일어날 것인가 이다. 미국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북핵 및 한반도 문제에 대해 그리고 그간 한반도에서 진행된 역사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 미국 언론의역할은 북핵 문제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진정 위험한 것이고 해결점은 어디에 있는지, 미국이 파괴적인지 아닌지 계속해서 보도해야 한다. 그것이 북핵 문제를 위한 미국언론의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이다. 미국에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이 문제에 관한 목소리들이 많지 않다.



기자들간의 협력과 연대

△신친림=우선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언어장벽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리고 이번 포럼에는 인도 등의 여러 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지 않았는데 그쪽과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아시아 전체의 문화와 경제를 큰 틀에서 얘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포럼 역시 전체 아시아를 포괄하는 규모로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이와 같은 포럼이 실천적이고 진보적인 접근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키=컴퓨터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메일링 리스트를 이 기회에 만들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공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미디어와 여기자

△키쉬코=이라크 전쟁과 같은 큰 사건에 여기자가 취재한 일이 거의 없다. 여기자는 일본 전체 기자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노릴라=언론사에서 일하는 여성의 수는 매우 적다. 4∼5%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학교 교육이 늘어나면서 적정 자격을 획득하는 여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언론사 뿐만 아니라 정부 고위 공직자로 진출하는 여성도 많아졌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꺼리는 분위기는 여전하고 아직까지 여성의 사회진출은 어렵다.

△동카이류=중국은 전반적으로 여성의 활동이 활발한 곳이다. 기자의 50% 정도는 여성이다. 언론사에서 이미 유명해진 사람도 있고, 아프리카에 간 유명 사진기자도 여성이다. 아마도 여성대학들이 많고 여성의 교육기회가 증대한 원인으로 보인다.

△이안=미국의 경우 사진기자가 여성인 경우는 거의 없다. 여성은 언론사에 있더라도 주로 사무관련 업무에 종사한다. 여성 편집국장이나 뉴스감독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방송의 경우 법적으로 인종차별과 남녀차별에 대한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으나 신문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언론사 전체로 보자면 여성이 반 정도 된다고 볼 수 있지만, 기자의 경우는 대단히 적은 편이다.내가 일하는 몬타나 방송국의 경우 여성 뉴스감독이 배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신친림=이유는 모르겠으나 싱가포르 여성기자의 경우 취재상의 어려움이 있는 듯 보인다. 언론사 전체로 보면 여성이 반 정도는 되지만, 여성 편집국장이 배출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정리=조규장 기자 natash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