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련 취재를 주로 하다보면 몇 가지 힘든 일이 있다. 우선 경제라는 분야가 다소 복잡해서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다 이를 기사로 써서 쉽게 전달하기는 더욱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TV 리포트의 경우 7문장 안팎의 짧은 글로 표현해야 하는 만큼 고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장 힘들고 고민이 되는 문제는 따로 있다. 그것은 아마 경제 관련 기사의 올바른 방향을 찾는 일일 것이다. 특히 경제 문제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온갖 유혹이 넘치는 경우에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경제정책을 발표하면 기자들은 으레 전문가들을 찾게 된다. 그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평은 빠질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 때 경제 담당 기자들은 언론사에 잘 응해주는 대중적인 경제학교수나 대기업 산하 연구소의 연구원들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기업 산하 연구소의 연구원들에게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대기업에 속해 있는 연구원들은 결국 그 기업의 논리를 내세울 수밖에 없다. 또한 대기업에서 연구 보조비를 받거나 대기업 프로젝트를 대가로 돈을 받는 대중적인 경제학 교수들도 그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는 IMF 극복 과정에서 나타났다. IMF 극복 과정에서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적극적인 금융 정책을 써 왔다. 특히 주가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곧바로 금리를 낮춰 주가 부양을 하는 미봉책을 일삼았다.
하지만 이런 무리한 부양책에 대해 대기업 연구소가 비판을 가할 적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과열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조차 경기 불황이 닥칠 것처럼 과장해 정부의 금리인하를 유도하기 일수였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무리한 저금리 정책이 결국 지금의 부동산 거품을 만든 주범이 돼 버렸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종종 이들 대기업 연구소나 대중적인 경제학자들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인터뷰에 잘 응해줘서 쉽게 마감시간을 맞출 수 있는 데다 아무래도 대중적인 학자를 인터뷰할 경우 기사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런 경제학자들의 시각이 언론사 이익과 일치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혹시 이번 부동산 관련 기사에도 그런 측면이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 부동산 값이 급등한다며 비판 기사를 쓰던 우리들이 왜 부동산 안정책만나오면 정반대로 부동산 안정책의 문제점만 부각시키는 것일까? 대기업 연구소나 그들의 논리를 대변하는 경제학자들에게 너무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우리들이 중심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