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롭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건전하고 합리적인 상식 아닙니까. ‘일제하 민족언론 해부’ 편은 조선과 동아가 과거 친일행적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였습니다.”
제15회 안종필자유언론상을 수상한 KBS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황용호 책임PD는 “얼마나 명예롭고 무거운 상인지를 잘 알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며 “해야할 일이 많다는 격려와 채찍으로 알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사회를…’은 대법원 정치자금 친일언론 신문권력 국가보안법 등 우리사회의 모순을 정면으로 다룸으로써 “진정한 역사 발전의 길을 제시”했고, 특히 “조선과 동아의 친일행적을 폭로해 두 신문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제하 민족언론을 해부한다’와 ‘신문, 누구를 위한 권력인가’를 통해 신문 권력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는데.
“노 대통령과 신문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신문이라는 권력과 정치라는 권력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고, 또 어떤 관계가 바람직한가에 대해 당연히 질문을 던질 수 있고 던져야 한다고 봤다. 신문이 누구를 위한 권력인지를 묻고 싶었다.”
-‘귀향, 돌아온 망명객들’ 편은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언론으로부터 송두율 교수 미화방송이라는 집중 공격을 받았다. KBS에 대한 색깔론 공세의 소용돌이에 서 있었는데.
“방송이 나간 뒤 조선과 동아가 상당히 강도높게 비판을 했고, 이를 근거로 한나라당이 KBS 국감에서 대대적인 공격을 취했다. 그리고 조선과 동아는 국감 때 나왔던 질문을 근거로 다시 기사화했다. 전형적인 싸이클이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왜곡과 악의적인 오보가 넘쳐났다는 것이다. 당혹스럽고 곤혹스러웠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나라 신문이 갖고 있는 문제점, 거대 야당의 한계를 절감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입맛에 맞게 확대재생산하면서 오보와 악의적 왜곡을 일삼는 행태를 보니 서글픈 생각마저 들었다.”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왜 KBS와 KBS 개혁프로그램을 문제삼고 있다고 생각하나.
“한나라당은 아마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에게 유리하거나 손해가 없도록 KBS를 영향력 아래에 두고 싶을 것이다. 조선과 동아는 MBC가‘미디어비평’을 시작했을 때도 큰 갈등이 있었는데 그 연상선이 아닐까 싶다. 신문이 일방적으로 방송을 비판하던 것이 비정상적인 것이고, 상호 비판하면서 성숙해나가는게 비로소 정상적인 관계인데 조선과 동아는 이러한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방송위가 ‘돌아온 망명객’ 편에 대해 권고 조치를 내렸는데.
“방송위가 우리 프로그램을 심의 대상으로 삼은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또 방송위가 지적한 ‘오해와 혼란을 준’이라는 대목도 과연 우리 프로그램만 해당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다른 언론의 보도와 프로그램까지 모두 지적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방송이 나간 이후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을 때 과연 언론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를 이번 기회에 방송위에서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를…’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사회에 오랫동안 누적돼 지속되는 모순들, 변하지 않는 문제점들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합리적이고 건전한 상식과 이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 우리사회가 지금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고,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현상 뒤에 있는 본질을 읽어낼 것이다. 한번 다뤘던 주제라도 의미있는 변화가 있을 때까지는 지속적으로 파헤칠 생각이다.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