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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 씁쓸한 '미디어 바로보기'

조규장 기자  2004.02.20 11: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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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방송된 EBS ‘미디어 바로보기’의 ‘뉴스 바로읽기’ 코너에는 언론사 실명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날 SK 비자금 사건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각 언론의 기사내용과 제목을 비교했지만 해당 언론사의 이름은 모두 빠져버린 것. 이전 방송에서 ‘10월 1일 ○○일보’‘10월 3일 ○○신문’이라고 표기했던 것이 모두 ‘10월 4일 신문기사’‘10월 5일 신문기사’로 바뀌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EBS 한 관계자는 “불필요한 마찰을 사전에 없애면서 할말은 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EBS는 MBC나 KBS 등과는 달라야 한다는 내부 논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물론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하고 비평하는데 반드시 해당 언론사를 명시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어디에도 없다. ‘교육’이라는 목적을 전면에 내세운 경우라면 더욱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못내 씁쓸한 감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시기적인 문제 때문이다. 동아와 조선일보는 지난 12일 방영된 ‘미디어 바로보기’의 송두율 교수 편을 빌미로 EBS의 편파성을 지적했다. 한나라당도 고석만 EBS 사장을 출석시켜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가세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방송분인 지난 19일 ‘미디어 바로보기’ ‘뉴스 바로읽기’ 코너에는 언론사의 구체적 이름이 전혀 거론되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서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공격으로 EBS의 프로그램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미디어 바로보기’의 변화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민언련 등 시민단체들이 “EBS가 조선과 동아의 ‘흔들기’에 굴하지 말고 ‘미디어 바로보기’를 건전한 매체비평 프로그램으로 키워가야 한다”고 당부한 것에 EBS가 귀기울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