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KBS 시청자센터 주간이 지난 16일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제출하면서 이틀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정연주호 KBS’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게재해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전 주간은 ‘KBS가 표류하고 있다’는 장문의 글에서 ‘한국사회를 말한다’와 정연주 사장의 간첩연루 의혹이 제기됐던 것을 지적하며 “전례없는 프로그램 사과에다 사장 신분에 대한 의혹까지 겹치니 평생을 KBS에 몸담아 온 KBS맨으로서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 정 사장의 파행은 예견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방송을 모르는 신문기자 출신 사장 △기존 질서를 무시한 독단적 인사 △좌충우돌·불공정 프로그램 등을 지적하며 “섣부른 개혁이 KBS를 망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김 전 주간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것과 동시에 KBS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서자 KBS 안팎에서는 정계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김형태씨가 사표를 던진 직후 ‘KBS 개혁 표류’ 운운하며 한나라당과 조선·동아에 보낸 ‘러브콜’은 남은 KBS 구성원들에게 실망과 허탈함을 넘어 분노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 보도국 내부에서도 “인지도를 높여 정계 진출을 시도하기 위해 KBS를 이용하고 있다” “KBS 개혁을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보도국 후배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등 비난성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일부 언론은 김 전 주간의 KBS 비판 내용을 보도하면서 김 전 주간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아 눈총을 샀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지난 17일 각각 ‘“정연주 사장 체제 큰 문제” KBS간부 사표 내며 비판’, ‘김형태 KBS 주간 인터넷에 비판글 올린 뒤 사표’라는 제목으로 김 전 주간의 KBS 비판을 소개했으나 김 전 주간의 총선 출마 부분은 보도하지 않아 마치 KBS 개혁방향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사표를 낸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
반면 문화일보는 지난 17일 “KBS 간부가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제출하면서 정 사장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 “‘내심 시원하다’는 반응과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 위한 친정 때리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도 지난 16일 “김전 주간의 발언에 대해 사내 일각에선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 출마를 겨냥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김 전 주간은 이달 초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10월 15일 회사에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고 고향인 경북 포항남구에서 한나라당 이상덕 의원과 공천 경합을 벌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