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우리의 주장 ] 정부는 자만하지 말라

낡은 언론정책 유지하면 여론은 순식간에 등돌려

편집국  2000.11.07 15:05:55

기사프린트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정직한 정부'와 '정책의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선동적인 내용일 경우 정부는 이해당사자로서 설명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정정요구를 해야 하는데 언론사가 이를 압박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다른 때 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이지만, 최근 언론 상황 속에서 이 발언은 언론계의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홍석현 사장 구속을 둘러싸고 전개되던 중앙일보와 정부와의 갈등을 굳이 이분법적으로 판가름하면 그것은 분명 정부의 승리였다. 우리도 이미 지난주에 홍 사장을 구속한 정부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것이 정부가 보여줬던 그 동안의 모든 대 언론 활동이 정당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전까지 성역으로 통하던 언론 사주의 범법 사실을 적발해 구속한 조치를 환영한 것이지, 그 동안 정부의 언론 정책이 정당하다고 지지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국민의 정부에서도 여전히 때로는 언론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고 때로는 언론과 뒷거래를 하는 낡은 언론 정책을 답습했다고 본다. 홍 사장 구속을 환영한 것은 바로 이러한 낡은 언론 정책을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부가 다른 언론사주에게도 홍 사장과 같은 엄정한 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 더 이상의 조치는 없다는 정부 측의 말들만 무성하다. 이에 더해 옷로비 사건 등에서 계속 언론에 당해오기만 한 정권이 모처럼 언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데 흡족해 하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언론을 길들여 총선에서 얻을 이익을 계산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홍 사장 구속 문제를 추적하던 '국경없는 기자회' 한국 특파원을 정보기관에서 미행한 일이 발생했고, 방송계에서는 김한길 수석 별장 투기 의혹 보도가 누락되었다. 이런 저런 이유들이 제기되지만 분명한 것은 언론계는 이런 일들에 과거부터 아주 익숙하다는 것이다.



박준영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이 특별한 의미는 없으며 정직한 정부가 되라는 지시를 내리는 과정에서 나온 지적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이 발언은 논란이 되었던 그 동안 정부의 언론 정책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하여 현재 언론계에서 요구하는 언론 정책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외면하고 이들에게 계속 전과같은노력을 기울이라고 격려하는 의미까지 엿보인다.



중앙일보는 자신들의 억울한 감정에 집착해 외부의 수 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여론이 등돌리게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자만에 빠져 중앙일보와의 갈등에서 얻은 눈앞의 이익에나 취해 있고, 여론을 무시한 채 정권에 충성했다는 이유로 문제의 인물을 오히려 껴안으려고 한다면 언론과의 문제에 있어서도 여론이 정부에 등을 돌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여론을 계속 붙잡아 놓을 수 있는 정부의 조치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