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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수신료 분리징수 속내는...

'시청자 권리' 내세워 KBS압악 가시화

서정은 기자  2004.02.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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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KBS 흔들기’가 끝내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개정으로 번졌다.

KBS 2TV 민영화와 수신료 폐지 등을 골자로 한 ‘방송개혁안’을 발표하고 KBS 결산안을 부결시키는 등 KBS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았던 한나라당은 최근 KBS 국감에서 정연주 사장과 개혁프로그램에 대해 색깔공세를 벌인데 이어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나라당은 “KBS의 이념적 편향성, 뉴스보도 공정성 등에 많은 문제가 있다”며 “KBS가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언론계와 시민단체에서는 한나라당이 수신료를 볼모로 KBS를 흔들어 방송을 장악하려는 음모를 드러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청자 권리와 공영방송 강화를 모색하기 위한 큰 틀에서의 사회적 논의과 여론수렴 과정은 생략한 채 수신료 통합 고지만을 문제삼는 것은 책임있는 공당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방송의 편파보도 때문에 대선에서 졌다는 피해의식이 KBS를 이대로 두면 안된다는 위기감으로 번졌고 결국 KBS를 압박할 현실적인 수단으로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이 제출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방송법에 규정된 TV수신료는 TV 시청에 대한 사용료가 아니라 공영방송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공적부담금 성격을 갖는 준조세인데도 한나라당이 굳이 TV수신료의 분리징수를 추진하는 것은 근거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 지난 99년 헌법재판소에서 ‘KBS 수신료의 강제 징수는 위헌이 아니다’라고 판결한 대목도 이같은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이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면서 △현행 통합징수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방송을 시청하지 않아도 강제 납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 부분도 논리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방송법 64조는 TV를 수신하기 위해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은 수신료를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66조에 따르면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KBS가 수신료의 5% 내에서 가산금을 징수할 수 있고, 가산금을 체납할 경우 방송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국세체납 처분처럼 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수신료에 소비자의 선택권과 강제 납부의 불합리성을결부시키며 분리징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인 셈이다.

이와 관련 언론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기회에 TV수신료 운영방안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와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수신료 운영주체와 수신료 현실화 방안을 사회적인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공영방송의 역할과 위상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이 정말 공영방송을 걱정한다면 23년 동안 동결된 수신료를 적정 수준으로 인상해 공영방송이 광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올바르다”며 “총선을 앞두고 방송을 길들이려는 저열한 수작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지난 24일 성명에서 “한나라당은 수신료를 활용한 치졸한 KBS 압박을 중단하고 공영방송의 튼튼한 재원구조 마련을 위한 수신료 현실화 방안을 고민하라”고 지적했다.

방송학회 언론정보학회 지방분권국민운동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방송균형발전연대도 지난달 27일 성명을 통해 “수신료 분리 징수는 특정 방송을 손봐주는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징수에 따른 비용 부담이 또다시 시청자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KBS의 공영성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밝혔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