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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누더기 방송법

서정은 기자  2004.02.24 15: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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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방송과 통신의 융합 현상은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방송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방송?통신 융합에 대비하고 신규 서비스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정작 방송정책의 근간인 방송법은 이래저래 누더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지난 7월 내놓은 방송법 개정안은 부처협의를 하고는 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 소소한 일부 조항만 급한대로 개별 의원들에게 발의를 요청하는 수준이다. 방송위 실무자는 “방송에 대한 개념과 이해를 둘러싸고 부처간 장벽이 너무 크다. 부처 협의가 빠른 시일내 이뤄지긴 힘들 것 같다”며 답답한 속내는 드러냈다. 정통부와 문화부의 영역다툼, 방송과 통신을 바라보는 부처간 시각차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탓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잇속 챙기기에 바쁜 부처 협의에만 방송법 개정을 기대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대통령 공약사항인 방송통신위원회 설립과 방송통신융합법 마련, 그리고 이를 위한 준비과정인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 구성도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해를 넘기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툭하면 공영방송을 길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방송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번에도 TV수신료 분리징수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단서조항을 방송법에 신설하겠다고 나섰다.

정치권이나 정부 부처나 우리나라 방송환경에 대한 큰 틀의 고민, 합리적인 방송정책, 시청자 권리 등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이 없어 보인다. 누더기로 전락한 방송법 신세는 언제나 면하게 될까.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