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공직자가 큰 비리를 저질러도 한 번 속시원히 뿌리까지 들춰내 본 적이 없다. 경제난으로 수많은 샐러리맨들이 직장을 잃고 쓰러져가도 원인제공자인 재벌이나 당국자 등 책임을 통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명히 저건 뇌물 같은데 높은 분들은 무슨 떡을 그렇게 많이 먹는지 ‘떡값’이라고 둘러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세상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불에 타 숨져갔다. 언제나 그렇듯이 높은 분들은 줄줄이 조문을 하고 세상을 개탄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열변을 토했지만 ‘말’ 뿐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급기야 재수사 및 원인규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고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아이들의 유해를 바다에 뿌리는 것으로 허탈함을 달래야 했다. 그리고 한 어머니가 죽은 아들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엄마의 처지를 탓하며 그동안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을 모두 반납했다.
아마도 다음에 또다른 유사사태가 일어나도 이런 각본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은 다르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철저한 수사’가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어떻게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거리에까지 나와서 서러움을 호소하도록 우리는 내버려두는 것일까. 왜 국가가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걸까. 만약 높은 분의 아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그렇게 일이 끝났을까.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귀한 우리 애는 그렇게 후진 곳에는 보내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