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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대간돌이 백두대간 종주'마침표'

편집기자 5인방 20개월간 640km 산행

박주선 기자  2004.02.24 16: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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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에서 진부령까지. 도상거리 640㎞, 실제거리 1550㎞. 백두대간의 남녘 구간에 동아일보 편집부 다섯 기자가 발자국을 찍었다. 지난해 2월 16일 시작해 지난달 18일까지 딱 20개월이 걸렸다.

“시원섭섭하죠.”

‘평범한 소감’이라고 붙이면서 ‘대간돌이’의 단장을 맡았던 이지훈 기자는 웃었다. 90년대 중반 들어 대간길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 지금까지 3만 여명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출근하는 주말을 피해 한달 평균 두 번씩 산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일요일에도 신문이 나오던 월드컵 기간에는 꼼짝없이 서울에 있어야 했고, 태풍에, 홍수에, 개인적인 사정에 당초 세웠던 격주 산행 계획은 간간이 손을 봐야했다. 주위에선 ‘가포사’(가정을 포기한 사람들)란 우스개 소리도 들을 정도. 주위 사람들에게나 대간돌이에게나 백두대간 종주는 반신반의하던 일이었다.

대간돌이, 이지훈 연제호 홍성돈 이상훈 최한규 기자의 일상탈출 계획은 지리산 종주를 막 끝냈던 2001년 9월 어느 술자리에서 툭 튀어나왔다. 연 기자의 백두대간 종주 제안에 다섯의 ‘취중결의’는 거침없었다. 이지훈 기자는 “왜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그냥”이라면서 “백번 술자리 하는 게 한번 산에 가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로부터 5개월간 틈틈이 계획을 짜고, 가을 오대산, 영하 20도 겨울 명성산에서 합동훈련으로 체력을 다졌다.

백두대간을 총 35구간으로 나누고, 격주 금요일 저녁 출발, 평균 20㎞ 10시간 산행, 토요일 오후 귀경을 기본 원칙으로 정했다. 출발과 함께 동아일보 홈페이지에 ‘아! 백두대간-왕초보 5인 삽살이와 가다’란 코너를 만들어 종주기를 차곡차곡 모으기 시작했다. 지난 20개월간 때론 ‘족쇄’같은 부담을 주던 사이트였단다.

20개월간의 산행에 추억이 없을 리 없다. 하늘재에서 대미산을 가던 중 허리까지 차는 폭설에 길을 잃고, 빙판길에 몰고가던 차는 논으로 전복돼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절벽구간의 로프가 끊겨 나무뿌리에 의지해 올랐던 희양산 구간, 8주 연속 비가 왔던 올 여름 빗속 산행, 16시간의 사투를 벌인 댓재에서 백복령 구간, 숱한 대간이탈. 태풍 루사로 떠내려간 영화 ‘집으로’의 무대, 영동군 상촌면을 지날 땐 산행 대신 자원봉사를 자처하면서 포도와 고추를 땄다. 복구공사에 힘을 보태려다 포크레인 앞에서 엄두도 못냈지만. 삽살개 태백이,소백이와 함께 하려던 계획은 태백이의 갑작스런 죽음과 소백이의 두 차례 출산, 국립공원의 애완견 출입금지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종주 도중 늑막염으로 한달 간 입원한 이상훈 기자도 완주 계획에는 차질을 빚었다.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면서 이지훈 기자는 “산은 변함이 없으면서도 기적처럼 자연의 순리대로 변한다”며 “산을 닮고 싶다”고 한다. “정말 좋더라고요. 아스팔트 위에서 살면서 자신과 얘기할 시간이 없잖아요. 혼자 산길을 걸으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해보게 되요.”

요즘 대간돌이는 '정비'에 들어갔다. 무릎을 다친 사람, 발목이 시큰거리는 사람, 아이들에게 소홀했던 사람, 주말 낮잠을 뺏겼던 사람 모두 ‘일단 쉬어’ 중이다. "당분간 무모한 계획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다시 시작할 것 같다는 그들. 이 기자 얘기대로 "메비우스의 띠처럼 길은 끝없이 길을 열고, 결국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과 맞닿을 것"이기 때문인가 보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