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가 지난달 11일 한국언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현직 기자의 51.4%가 타 언론사의 보도기사를 무단으로 전재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무단 전재 회수는 ‘2~3번’이 42.1%로 가장 많았고 ‘4~5번’과 ‘10번 이상’도 각각 26.3%나 됐다.
타사 기사를 무단으로 전재한 이유에 대해서는 41.7%가 ‘관행이어서’라고 답했으며 ‘각색했기 때문에’(13.9%) ‘출처를 밝히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해서’(11.1%) ‘마감시간에 쫓겨’(5.6%) ‘출처를 확인할 수 없어서’(5.6%) 순으로 나타났다. 무단 전재 경험이 있다고 밝힌 언론인들은 55.3%가 지방언론, 39.5%가 중앙언론에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자들 대다수는 타사 보도를 출처없이 사용하는 것에 대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59.5%가 ‘위법은 아니지만 윤리적 측면에서 볼 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답했고 12.1%는 ‘위법이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위법이지만 뉴스보도를 위한 정당한 이용이므로 처벌받아서는 안된다’는 의견은 13.5%였다.
보도기사의 저작권 보호로 인한 취재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는 59.4%가 ‘창의적이고 심층적인 뉴스작성을 돕는다’고 답했고, 21.9%는 ‘별 상관없다’고 말했다. 15.6%는 ‘취재의 자유를 포함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에는 전국 신문 방송 통신 시사주간지 인터넷매체 등에서 근무하는 74명의 기자들이 참여했다.
김경호 교수는 “상당수 언론인들이 관행처럼 타 언론사의 보도기사를 크레딧을 달지 않고 전재하고 있고,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윤리적으로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언론사들이 자사의 행동강령에 인용보도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할 필요가 있고 윤리강령이 구속력을 가질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