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자들의 잇단 분신과 자살의 근본배경에는 노동 적대적인 언론보도가 있었다는 지적과 함께 이같은 언론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동보도준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가 지난 3일 개최한 ‘노동 적대적 언론환경의 현실과 대책’ 토론회에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정호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해방 후 우리 언론은 노동쟁의에 관한 한 일단 노동운동세력을 초기에 고립시키고 내부를 분열시킨 뒤 강경대응을 부추기는 `군사작전식' 보도를 일관되게 지속해왔다”며 “이같은 노동 적대적인 보도가 그동안은 파업을 전후에서 집중됐다면, 올해 들어서는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차이”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특히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노동자 친화적 정책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식으로 노사문제를 경제의 종속변수로 보거나, ‘정권 때리기’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또 이같은 노동자 때리기가 화물연대 파업과 현대차 파업 이후 심화되면서 “이민열풍, 조기유학, 원정출산, 등 모든 사회문제가 노동자 잘못이라는 식으로 보도되고 있다”고 언론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김현석 KBS 공정방송추진위 간사는 지난달 28일 노사 합의로 제정한 KBS의 ‘노동?사회 갈등 관련 보도준칙’을 소개하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언론노조?기자협회 등 언론계에서 노동관련 보도 준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간사는 “보도국 편집책임자나 일선기자들이 파업하면 무조건 ‘대란’이니, ‘막대한 피해‘니 하고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가장 큰 문제”라며 “보도준칙이 마련되면 이같이 의식하지 못하고 사측의 편을 드는 경우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토론자로 나선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지금은 예전과 같이 노동자를 빨갱이, 좌경용공 세력으로 몰 수 없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초점을 맞춰 공격하는 것”이라며 “특히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노동귀족 이데올로기’를 통해 고연봉을 받으면서 파업한다는 식의 보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광호 진보정치 편집장도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 가운데 하나지만, 800만에 이르는 이들 신빈곤층의 문제를 언론은 방기하고 있다”며“목숨을 걸지 않으면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언론의 각성을 촉구했다.
한편 이상호 MBC 미디어비평 기자는 “노동부 출입기자는 있지만 노동담당 기자는 없다. 지금 출입처 제도하에서는 제대로 된 노동관련 보도가 나올 수 없다”며 “언론은 사건이 일어나야 보도하고 그나마 본질보다는 현상만 보도한다. 출입처 제도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노동문제를 심층적으로 보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