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를 표방하고 있는 시사만화작가회의 소속 회원들이 자신들의 정체성과 노무현 정부 및 보수언론을 보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지난 8일 부산 한국콘도에서 열린 '2003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회장 백무현 대한매일 화백) 추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노무현 정부'와 '보수언론'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밤 11시30분부터 시작된 회원간 자유토론에서는 노무현 정부를 보는 시각과 관련, "총론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으나 노동, 파병 문제 등 각론에 있어 작가별 인식차가 드러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획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라는데 대체로 동의했다.
하지만 '보수언론'과 관련한 주장이 제기되면서부터는 토론회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지방의 S화백은 "작가회의의 회원은 누구나 회원으로 등록할 때 작가회의 회칙 등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예컨대 조선일보적 보수성을 드러내거나 예컨대 조선일보 화백으로 자리를 옮기게 될 경우 (작가회의를) 탈퇴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화백은 "보수신문사에 입사하게 됐다고 해서 작가회의를 탈퇴해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회원들은 누구나 자신이 소속된 신문사에서 자신이 믿고 있는 가치의 실천을 위해 노력하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방의 J화백은 "이른바 족벌경영, 여론왜곡 등과 같은 '조선일보적 행태'는 조선일보 뿐 아니라 여러 지방신문사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일 수도 있다"며 "내가 소속돼 있는 신문사도 사주가 논조를 좌우하거나 기자를 사병화시키는 등 문제가 많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S화백은 "개인적으로 '조아세'라는 명칭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조아세'의 의미가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어서는 안되며 '조선일보가 있더라도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등 회원간 갑론을박이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에 대해 한 참석자는 "미디어의 한 구성요소로서 시사만화의 중요성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토론회는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라며 "전국 각 신문사에서 만화나 만평을 담당하고 있는 현직 시사만화가들이 정국과 언론상황에 대해 열띤 토론을 전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자유토론에 앞서 부산대의김석준 교수와 노혜경 교수가 '노무현 정부,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각각 찬반 발제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