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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언론사 공동취재 • 제작 활발

예산 절감 • 지역언론 공감대 형성 '긍정적'평가

조규장 기자  2004.02.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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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이슈화하기 위한 지방언론사들의 공동제작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사 및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공동제작은 기존의 기사공유를 넘어 언론사들이 함께 지역관련 주제를 선정하고 기획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매일신문과 부산일보가 공동으로 제작, 지난 1월 총 18부로 보도한 ‘외국의 지방분권’은 지난해 11월 결성된 ‘지방분권운동본부’의 직접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부산일보는 미국과 호주를, 매일신문은 일본과 유럽을 각각 취재하고 제작비를 분담했다. 이 기획기사는 또한 광주, 강원, 제주일보에도 보도됐다.

이밖에도 △지난 6월 7개 지역민방의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8월 KBS강릉, KBS춘천의 ‘특별기획 물의반란’ △11월 충주?청주?대전MBC의 ‘호수’ 등이 공동제작의 대표적인 경우다. 특히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의 경우 기존 공동제작물들이 동일한 지방권에 한정된 데 반해 전국 단위의 지방언론사 기자들이 공동으로 제작한 첫 보도물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취재는 국내외 촬영이 동시에 진행됐고 광주방송은 ‘지역균형개발’을, 울산방송은 ‘또 하나의 서울 산업수도’를 다루는 등 각 지역의 위상과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주제를 각각 나눠 기획됐다.

각 언론사들의 공동취재?제작이 활성화하고 있는 배경에는 지방분권운동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 것이 무엇보다 큰 원인이지만 제작비와 인원문제 등 현실적인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제작에 참여한 광주방송 강동일 기자는 “지역 언론사마다 지역문제를 이슈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늘 느껴왔지만 제작비, 인원, 송출영역 등의 한계가 있어 접근하기 힘들었다”며 “한 개 지방언론사로서는 만들 수 없는 큰 기획물을 공동으로 제작해 전국적으로 내보낸다면 효과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MBC의 경우 지방MBC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는 취지 아래 작년 11월부터 영남권, 호남권, 충청권으로 광역화해 해당 권역의 지방MBC들이 공동제작을 의무화하도록 권역별 공동제작협의회를 구성했다. 8개월간의 제작을 마친 ‘호수’가 이러한 방침에 따른 충청권의 첫 다큐멘터리다. ‘호수’를 제작한 충주MBC 오규익 PD는 공동제작의 장점으로 △적은 제작비와 인원으로 큰 제작물을 만들 수 있다는점 △시청권역이 넓어짐으로써 제작물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 △지역에 대한 다양한 관심들을 모아내고 이슈화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러한 공동제작물들은 지방분권운동의 활성화를 이끌어냄은 물론 지역공동제작과 협력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지역언론사 연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초기 단계인 공동제작이 보다 활성화하고 자리매김 하려면 실제 제작과정에서 개선돼야 할 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동제작에 참여했던 한 PD는 “언론사간 제작비 분담에 따른 정산이 어렵고 언론사간 편성도 서로 불편해하는 경우가 있다. 또 내용상 많은 지역을 다뤄야 한다는 부담감에 비해 제작을 위한 제대로 된 논의 절차는 미비한 편”이라며 “공동제작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만 부추길 게 아니라 공동제작을 위한 전반적인 시스템부터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규장 기자 natash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