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이 지난 18일 국회 문광위에 상정돼 여야 의원들과 KBS 정연주 사장이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은 수신료 분리징수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수신료와 전기료의 통합 징수가 시청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KBS가 이념적 편향성과 불공정 방송으로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분리징수 추진은 정치적 보복이고, 오히려 수신료 비중을 올려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관련기사 2면
KBS 정연주 사장도 “수신료 분리징수는 공영방송의 재정을 압박해 공영성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분리징수를 실현하려면 대안부터 마련해 달라”고 반박했다. 이어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수용하고 토론할 수 있지만 이것으로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옳지 않다”며 “수신료 분리징수 방침을 재고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손준철 문광위 전문위원도 방송법 개정안의 시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 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수신료 분리징수는 징수비용이 증가시켜 공영방송인 KBS의 공적재원 기반을 크게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현행 제도를 대신할 효과적인 징수제도가 모색되지 않으면 ‘공영방송의 올바른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려는 목적’에 오히려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문광위 의원들은 이날 4시간이 넘는 격론 끝에 방송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로 넘겼으나 소위 의원 4명 가운데 열린우리당 김성호 의원과 민주당 심재권 의원이 법안을 반대하고 있어 한차례 난항이 예상된다. 또 한나라당이 27일 전체회의에서 표결을 강행한다고 해도 문광위원장인 배기선 위원이 여야 ‘합의’를 강조하고 있어 문광위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방송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각계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한나라당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협회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방송법의 기본 취지를침해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방송학회도 지난 13일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방송의 공정성을 빌미로 공론화 과정도 생략한채 수신료 징수방식에 대한 법조항을 개정한다는 것은 방송의 공익성과 독립성, 자율성을 무시한 즉흥적이고 편협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지난 17일 각각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 철회와 수신료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 노력을 주문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12일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내년 총선까지 한나라당 해체와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본격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오는 21일에는 한나라당사 앞에서 전국 조합원 비상총회 및 한나라당 규탄대회를 갖는다.
한편 KBS 정연주 사장은 방송법 개정안의 국회 문광위 상정을 앞둔 지난 17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를 만난데 이어 이번주까지 국회 문광위 소속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수신료의 성격과 분리징수의 문제점,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KBS의 입장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