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선수와 굿데이 이건 기자 사이에 벌어진 논란을 계기로 이른바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취재관행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법정으로 갈 경우 스타들의 사생활권과 언론의 알권리로 문제가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사실 스포츠선수들과 기자들간에 취재를 둘러싼 신경전과 갈등은 그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지난 98년 박찬호 선수의 병역문제가 증폭된 것도 박 선수와 기자들간의 갈등에서 빚어졌다는 후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선수들에게 반말을 하는 관행은 거의 사라졌으나 당시만해도 박 선수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주로 반말을 사용하면서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다. 박 선수는 이와 관련 기자들에게 “앞으로 취재는 매니저를 통해서 하라”고 전달했고, 이후 기자들이 박 선수의 병역 문제를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박 선수는 결국 아시안게임 출전을 통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김병현 선수의 경우도 이번 폭행시비에 앞서 지난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은 이후 각종 가십기사의 대상이 되면서 언론의 취재를 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서 지난 10월 이른바 ‘손가락’ 사건이 한국 언론의 대대적인 비난을 받으면서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이 커졌다는 것이다. 김 선수는 이와 관련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손가락 사건 관련 신문을 봤더니 벌써 보스턴에서 떠날 선수, 인성교육이 덜된 철없는 운동선수 등으로 써 있었다…제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함부로 기사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언론의 취재관행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처럼 스포츠 선수들과 기자들간의 갈등은 공식적인 취재요청을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취재하는 관행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야구전문기자로 활동한 한 전직기자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대부분 공식적인 취재요청을 한 후에 취재를 하는 게 관행인데 우리 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며 “훈련 중인 선수를 불러다가 개인적으로 취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특히 사진기자의 경우 데스크에서 일단 찍어오라고 하면 전혀 안면이 없는 선수를 전화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찾아가 후레쉬를 터뜨리는 경우가 많아 종종 마찰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이는 스포츠신문의과열경쟁이라는 구조적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는 지적이다. 거듭된 증면과 선정성 경쟁으로 공식인터뷰 정도로는 지면을 채울 수 없기 때문에 가십성 기사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비시즌의 경우는 이같은 경향이 더 심하다는 것. 스포츠신문의 한 기자는 “선수들이 시즌을 마무리하고 훈련 떠나는 시기에는 팩트들이 별로 없어 아예 선수들 곁에서 매달리라는 취재지시가 내려온다”며 “이럴 경우 선수들 곁에서 쥐어짜는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십성 기사의 증대는 스타의 사생활보호라는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 스포츠신문의 한 기자는 “일본이나 미국 등의 취재시스템을 경험하고 오는 한국선수들이 늘어나는 만큼 이번 사건을 취재관행을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우선 선수들과 언론의 합의를 통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취재할 것인가에 대한 보도지침부터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