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컴퓨터를 켜며]언론의 일그러진 '관심'

서정은 기자  2004.02.24 18:41:14

기사프린트

재벌가 며느리 A씨가 지난달 24일 밤에 한 일을 알고 싶다.”

지난 13일과 14일 탤런트 출신의 고현정씨 승용차 도난 사건이 종합일간지와 방송뉴스의 사회면을 장식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사건기사로 보기엔 언론의 ‘관심’이 과도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기사 제목과 부제만 봐도 고씨가 “야심한 시간”에 “왜” “한강둔치에서” 차를 도난당했는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녀가 한밤 한강둔치서 차 도둑맞은 까닭은?” “진술 엇갈려 ‘아리송’” “새벽3시…한강둔치…대리운전…”. 언론은 고씨가 ‘대리운전자’라고 밝힌 동행자가 누구였는지, 밤늦도록 누구와 술을 마셨는지, 한밤중에 한강둔치에 간 이유가 무엇인지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궁금증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것은 ‘승용차 도난’ 사건과는 무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사안들이다. 언론이 시시콜콜 취재해 보도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소리다.

CBS 인터넷 ‘노컷뉴스’는 한 술 더 떴다. ‘재벌가 며느리 A씨 “아마 이랬을 것입니다”’ 제목의 ‘노컷소설’을 등장시켜 “A씨는 8시경 ‘남자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고…A씨와 남친은 차 안에서 ‘뜨거운 관계’를 가졌다…” 등등 말 그대로 ‘소설’을 썼다. 해당 기자는 “A씨의 진술과 경찰의 조사내용 그리고 제 상상으로 구성돼 실제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지만 언론이 지켜야 할 원칙과 정도는 아닌 듯 하다.

개인의 인격권과 사생활 보호, 명예훼손 방지를 위해 언론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왜 유독 여성연예인에 대해서는 이같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보도행태가 아무렇지도 않게 되풀이되고 있는 건지 씁쓸하기만 하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