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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파병 재검토 여론 '모른척'

규모 • 성격 • 시기 등 파병전제 추측보도만 양산

박미영 기자  2004.02.24 18: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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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내 치안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각국의 파병 철회 움직임이 가시화 되면서 추가파병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으나 언론이 이같은 목소리는 외면한 채 파병을 전제로 한 추측 보도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가 열린 지난 17일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26명과 351개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인 ‘파병반대 국민행동’은 국회 기자실에서 ‘정부의 파병방침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라크를 비롯한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파병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이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본격화됨에 따라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은 전혀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다음날 한겨레가 사진기사로, 대한매일이 4면 2단 크기로 ‘의원?시민단체 회견’이라고 보도한 정도다. 또 이날 도심 곳곳에서 파병반대 시위가 벌어졌으나 이를 비중 있게 보도한 언론도 거의 없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가 사회면에 2~3단 크기로 보도했고 한겨레가 사진기사로 처리했을 뿐이다.

이외에도 이라크 주변정세가 변화하면서 파병반대 목소리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사법연수원생 500여명이 지난 12일 ‘파병 반대’ 의견서를 청와대에 제출했으며, 유엔 결의 후 찬성이 다수이던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들어서 반대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을 의제로 설정한 언론은 별로 없었다. 문화일보가 지난 14일 ‘파병철회 공론화 조짐’을 1면 머릿기사로 싣고 “시민단체들과 비전투병 파병을 주장해온 일부 국회의원들이 ‘추가 파병 반대’ ‘서희?제마부대 철수’ 등의 주장을 공론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부각시킨 것이 눈에 띄었을 뿐이다.

반면 이같은 흐름에 무관심한 언론은 오직 파병규모와 성격, 시기 등에만 관심을 보이며 추측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국방부, 특전사 2500명 이라크파병 추진’(동아 11.12), ‘“주한미군 이라크투입 가능” 미, 역할확대 제의…오늘 SCM서 논의’(조선 11.17) 등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추측보도로 오히려 국민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혼란은 지난 17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 결과 보도에서도 나타났다. 경향, 국민, 동아, 한국 등은 파병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도한 반면 대한매일, 조선,한겨레 등은 한국의 파병안을 미국이 수용했다거나 접근을 봤다고 보도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특히 일부 언론은 이번 회담과 관련 한미관계를 우려하면서 오히려 미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18일자 사설 ‘파병하고도 좋은 소리 못 듣는다면’에서 “한미동맹 관계가 이라크 파병안으로 불편한 긴장관계로 발전할까 우려된다”며 “동맹이 위기에 처해 도움을 요청할 때 최대한 성의를 보여야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한매일은 사설 ‘재검토 여론 외면한 한?미 파병 합의’에서 “우리 정부는 추가 파병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최근의 비등한 여론을 외면한 데 대해 국민적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해 차이를 보였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