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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안타까운 '경제관'

조규장 기자  2004.02.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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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리만 앞세워 재계와 코드를 맞추는 한국 신문들의 관행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경제성장’이나 ‘경제위기’ 담론 속에서 점점 소외돼가는 소수의 목소리다.

지난 20일 신문들은 정치자금 관련 기업수사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1면 기사로 쏟아냈다. ‘정치자금 족쇄에 무너지는 기업가 정신’(한국경제), ‘총수 출금만으로 외국투자 등돌려???대기업 투자 마비 조짐’(중앙), ‘재계?총수들 줄소환에 투자 등 경영 올스톱???“이러다 공멸”위기감 확산’(해럴드경제) 등 재계에 대한 수사를 멈추지 않으면 당장 경제위기가 도래할 것인 양 입을 모았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대행의 경제위기 발언도 검증 없이 1면 헤드라인으로 장식됐다. 정치자금 수사에 대한 여론의 열망은 도외시한 채 수사 발목잡기에 집중됐다는 의심을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경제를 위협(?)하는 ‘소수집단’들은 명확한 근거 없이 ‘위기’의 담지자로 규정된다. ‘FTA지연???대 칠레 수출 비상’(조선 12일 B1면), ‘과격시위???전쟁터 방불???외국인 “겁나서 투자하겠나”’(매일경제 21일 1면), ‘경찰 공격하는 농민들’(중앙 20일 1면 사진) 등에서 나타나듯 7만 농민이 생업을 마다하고 상경시위를 하는 생존권과 FTA의 관계, 부안사태가 격화된 이유에 대한 분석은 없다. 과격시위에 따른 경제위기, 농민들의 반대에 따른 FTA지연과 대기업의 수출차질만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지난 19일 자체 설문결과를 토대로 ‘외국CEO 70% “한국투자 말리겠다”’는 1면 기사를 내보내면서 노사관계가 외국투자의 직접적 원인인 듯 검증되지 않은 상관성을 부각시켰다. 한국에서는 기업만이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것일까. 생존권을 위해 절치부심하는 소수의 목소리를 ‘경제위기감’ 고조를 통해 억압하는 논리, 한국 신문의 현실이자 한국 신문의 안타까운 경제관이다.

natash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