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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안되고 재교육 미흡하고• • •

뉴욕타임스-한국언론 닮은꼴인가

박주선 기자  2004.02.25 0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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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Y 시걸위원회 보고서 문제점•대안 제시







제이슨 블레어의 기사조작과 표절사건이 불거지자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 편집국 문화, 의사결정 과정이 왜 저널리즘을 실패하게 했는지 점검하고 편집국의 원활한 의사소통, 관리감독을 제고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시걸위원회를 만들었다. 편집국 부국장인 알 시걸을 위원장으로 한 이 위원회는 내부인원 25명과 외부 저널리스트 3명으로 구성됐다.

뉴욕타임스의 구조적 문제를 샅샅이 훑은 결과물인 시걸위원회 보고서가 내달초 완역돼 출간된다(언론재단). 편집국내 상하간 단절된 소통구조, 미묘한 남녀차별, 일부 기자에 대한 편애주의, 익명처리 남용 등은 우리 언론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걸위원회 보고서 중 주요 부분을 발췌해 싣는다.

고용 및 기자 능력 계발

△조사결과=조직원들의 교육 및 훈련을 중시하지 않았고, 회사의 재정악화로 인해 최근 재능있는 기자를 채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또 미묘한 인종 편견, 남녀차별, 비공식적인 승진, 일부 기자에 대한 편파적 총애, 즉 스타시스템의 문제가 상존한다. 편집국내에서 기자들의 정기 평가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이다.

△권고사항=기자채용, 기자들의 부서간 이동 등 편집국내 인사문제를 담당할 능력계발 에디터를 신설해야 한다. 이들은 편집국 중심에 서서 편집국장에게 어느 부서의 인사 수요가 급한지 조언하며, 부서장들이 기자 이동을 놓고 직접 협의하도록 장려한다.

모든 직급에서의 인종별 구성을 다양화하고, 직원들의 특기, 관심분야, 희망사항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자와 소수인종 기자의 경우 채용 뒤에도 한정된 업무에만 투입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외에 기자 충원시 부서장들간 소규모 자문그룹을 구성하고, 지원자들에게 정중한 편지와 전화를 걸 것, 매년 모든 기자를 평가해 보상과 밀접히 연결시킬 것 등도 권고한다.

기사심의 기준 설정

△조사결과= 바이라인 및 데이트라인 사용은 일관성을 잃었고 가끔 독자를 기만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취재원을 인용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것을 너무 아무렇게나 사용해 왔다. 편집국 내에서조차 기사작성 기준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기사의 정확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서장들 중 취재, 편집기자의 정확성을 따져보는 이는 별로 없다. 기사의 실수를추적하는 체계적 방법도 없다.

△권고사항= 모든 부서장들은 부정확한 기사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처리되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엄정하고 통일된 시스템을 채택해야 한다. 부정확한 기사는 기자의 업적 평가에 포함해야 한다.

현 스타일북에 따르면 익명의 경멸적 인용문을 기사화하면 안되도록 규정돼 있으나 현실에선 이런 문장이 나타난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취재원이 추측하는 발언은 허용될 수 없다. 또한 편집국장과 부서장들은 기자들이 언급한 익명의 취재원 신분을 알아야 한다. 기자가 취재원에게 약속한 익명 보장은 취재원과 해당 기자만이 아니라 전체 신문과 맺은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에게는 왜 익명의 취재원을 신뢰할 만하지 설명해야 하며, 취재원을 기술할 때 진실해야 한다. 예컨대 한 명의 취재원을 사용했다면 복수형으로 표기할 수 없다. 바이라인 및 데이트라인은 누가 언제 어디에서 보도했는지 세밀하게 명시해야 한다.

편집국 문화

△조사결과= 뉴스보도와 직접 관련이 있느냐로 성공을 평가하는 일이 너무 잦다. 인터뷰 글쓰기 편집 외 시간은 낭비라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한 태도로 인해 편집국의 기본적 관리 업무는 지체된 상태다. 위대한 저널리즘은 저널리스트의 재능을 키워주는 조직 안에서 번성한다. 아울러 편집국 내에서 의사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권고사항= 첫째, 예의를 갖춰 개인을 대해야 한다. 사원 모집부터 사임한 사람이 떠나는 순간까지 좀더 정중해져야 한다. 둘째, 일터와 가정 사이의 경계선을 존중해야 한다. 일을 많이 하는 것은 반드시 일을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최고위직에서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셋째, 감독자에 대한 접근과 데스크간 의사소통이 확대돼야 한다. 최고위직 편집인들은 사무실 방문면담 시간을 두는 것을 고려해봐야 하며, 평사원들과 소규모 식사자리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 새로 고용된 기자들은 편집인, 편집국장과 형식적인 만남 이상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부서장들은 부서장들끼리 정기적으로 만나 기획물 검토뿐만 아니라 인사, 관리 문제 등 폭넓은 토론을 해야 한다.

넷째, ‘이의제기’를 위한 확실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편집간부들은 항의를 위한 수단임과 동시에 근거있는 불만을 위한 배출구가 돼야 한다. 편집국 안에서 블레어의 이력을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알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다고 느꼈거나 말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사람들은 그런 배출구를 이용했어야 했다.

한편 시걸위원회는 퍼블릭 에디터와 스탠더드 에디터 등 2개의 직책을 신설할 것을 주장했다. 퍼블릭 에디터는 독자와 공중으로부터 제기된 문제나 비평에 대해 답하며, 이슈와 저널리즘 관행에 대해 신문에 정기적인 비평문을 게재한다. 스탠더드 에디터는 익명 소스 사용, 바이라인?데이트라인의 일관성 등을 감독하며, 기자들에게 필요한 윤리, 미디어법에 관한 지속적인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책임진다. 이들 모두 발행인에 대한 정기적인 접근이 보장된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