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공정성 문제를 놓고 프로그램 제작진과 신문사 미디어담당 기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난 21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텔레비전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현실과 쟁점’ 토론회에서는 공영방송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필요성과 공정성 문제,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한 상반된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발제를 맡은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공영방송은 시청률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입장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첨예한 언론계의 문제를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다룰 수 있다”며 “공영방송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야말로 방송주권과 시청자주권 시대를 실현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우룡 외국어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정치적 편향성, 특정신문 흠집내기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그만큼 공영방송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공영방송이 지향하는 가치중립을 고려한다면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은 KBS MBC EBS 보다는 차라리 KTV와 시민방송 같은 특수방송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토론자들 사이에서도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형평성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진성호 조선일보 미디어팀장은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 인용되는 목소리는 대부분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정치?경제 뉴스 비판 외에 드라마나 쇼 등에 대해서는 거의 비판을 하지 않는 등 형평성이 부족해 보인다”며 “과연 공영방송이 토요일 저녁이라는 황금시간대에 전국민을 상대로 내보내야할 만큼 중요한 프로그램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택환 중앙일보 미디어 전문기자는 “민주주의 사회가 다원성을 인정하는 사회인만큼 방송의 미디어비평이 각 언론의 가치관에 대한 비판이 돼서는 안된다”며 “서로 다른 부분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팩트 중심으로 잘잘못을 가려내는 비평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편향성 시비를 전면 부정하고 나섰다.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의 김병훈 부장은 “신문보도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해도 신문 관계자들은 늘 거절해왔다. 반론권을 의도적으로 부정한 게 아니었다”며 “미디어비평프로그램의 편향성을 지적하려면 구체적인 사례들을 모아서 분석해야 하는데 단 한번도 그런 분석에 바탕을 둔 비판을 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KBS <미디어포커스>의 이재강 기자도 “KBS 전체 프로그램에서 미디어비평이 차지하는 비중은 0.0003%, 미디어비평이 다루는 신문기사 중 조중동 기사는 28.4%에 불과하다. KBS가 미디어비평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거나 ‘조중동 때리기’에 집중됐다는 비판은 타당성이 없다”며 “언론의 시각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시각에 맞춰 왜곡하는 기사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