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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39대 기협회장 선거에 바란다

우리의 주장  2004.02.25 03: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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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요즘을 전환기라고 한다. 전환은 늘 희망으로 시작하지만 그 과정은 대개 고통스럽다. 어쩌면 전환이란 그런 희망과 고통의 다툼일 것이다. 고통이 지속되면 희망은 힘을 잃고 흐트러지기 십상인데,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사회가 그런 형국이다. 곳곳에서 이전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분투하지만, 막상 손에 잡히는 것은 별로 없다. 상실감과 피로감만이 번진다. 

39대 기자협회장 선거가 바로 이런 때 열린다. 전환의 논리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요구에 답할 호기다. 기자협회는 항상 발랄한 상상보다는 건전한 상식에 기대왔다. 우리 사회의 진지하고 무거운 명제에서 멀어지지 않으면서도 일상에서 부딪히는 작은 사건들을 이어 붙여 흐름을 읽는 안목을 소중히 여겨왔다. 혼돈이 스며들고 초심이 흐트러진 이 전환기에 그런 건강함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후보들의 어깨가 사뭇 무겁다. 선거란 조직의 미래를 설계하고 그것을 올바르게 실천할 주체를 가리는 숭고한 집단노동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현실에 대한 고뇌와 미래에 대한 전망을 찾는 치열한 토론마당이 돼야 한다. 후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에 앞서 많은 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성실함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꼭 2년 전 ‘우리의 주장’은 구리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싫어 부리로 쪼아대다 피를 토하고 죽은 앵무새의 슬픈 얘기를 들려준 바 있다. 선거를 계기로 침체한 기자사회에 혁신과 개혁의 바람이 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자신의 모습에 긍지를 느낄 수 있는 기자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한 우화였다. 바라건대 그런 소망은 우직하게바위를 밀어올리는 시지푸스의 고집이 되어야 한다.

기자들도 전환의 시대를 힘겹게 지나고 있다. 당장 1년 전 이른바 기자실에서 빚어졌던 수많은 풍경들이 먼 옛날 이야기처럼 들리는 요즘이다. 언론개혁의 격랑 속에서 누구나 조금씩은 좌표를 잃고 방황했다. 개혁을 부르짖다 어느 순간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역전의 아픔도 맛봤다. 사오정, 삼팔선을 강요하는 세태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물들고있는 삶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후보들은 기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내년 4월에는 총선거가 실시된다. 새로운 집행부가 맞는 첫번째 도전이 될 성싶다. 언론이 올바른 역할을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공정한 판단기준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할 책무가 무겁다. 언론사의 비뚤어진 이기주의와 정치공학적 판단에 과연 기자사회가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이들이 지켜볼 것이다. 이는 언론의 권위를 다시 세우고 기자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자긍심을 회복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기자협회는 37대 협회장 선거부터 완벽하진 않지만 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식사는 물론 일체의 향응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후보에게 선거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각종 줄에 기대는 선거문화를 비판해온 기자들의 선거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적어도 선거에 관한 기자협회의 그것이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선거 축제는 그런 자기 절제와 규제가 만들어낸 기분좋은 결과의 다른 말이다.